친환경병원을 만들자

친환경병원, 이젠 국제규격에 맞춘다

국내 최초로 친환경 건축물 ‘LEED’ 인증 도전장
새 병원 건립 초기부터 환자-환경 동시에 녹여내

▲ 계명대 동산의료원 새 병원의 내부 모습.
환자를 치료하는 공간인 병원에서 환경적 요소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병원들이 초기에 환자 치료의 관점에서만 지어졌기 때문에 환경적 요소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료원장 김권배)은 국내에서 최초로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에 도전, 새로 짓는 병원을 건립 초기부터 환자와 환경을 동시에 품에 안은 병원으로 만들어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친화적 계명대 새 병원

▲ 권태찬 새의료원건립본부장
천장에서 자연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병원. 자연 채광인데도 덥지도, 춥지도 않으면서 건물 안 사람들의 눈을 전혀 피로하지 않게 한다. 병원 옥상에는 정원이 조성돼있어 입원 환자와 병원 건물에게 한층 더 여유로움을 가져다준다. 병원 주변에는 태양광과 풍력을 받아 만든 전기로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흐르고 장례식장 등 일부 시설은 지열과 신재생에너지 등을 이용해 운영된다.

이러한 묘사는 흡사 미래의 기술 같지만 현재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은 새로 짓는 병원을 이러한 모습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병동부 병실과 영안예식부 건물에는 폐열회수 열교환기가 설치돼 병동 등으로 돌고 남은 열에너지를 다시금 사용할 수 있게 만들었으며, 지하주차장에는 눈을 피로하게 만들지 않는 LED 조명등이 설치돼 고효율적인 조명 환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병원을 만들게되면 절약할 수 있는 금액도 상당하다. 동산의료원 측은 설계대로 새 병원이 완공될 경우 연간 석유 3500톤(약 2만5000배럴) 수준의 에너지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수치는 국내 1일 총 석유 소비량 225만 배럴의 약 1% 수준으로 새 병원은 석유 한 방울 안나는 이 땅에서 2만 5000배럴의 석유를 생산하는 역할을 해내는 셈이다.

단순히 에너지 효율 상승뿐만이 아니다. 적절하게 조절되는 자연 채광은 환자들에게 좀 더 안정감을 줄 수 있고, 복도식 병원 시스템의 갑갑함에 비해 새 병원의 입체적 구성은 환자들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풀어줄 수 있다.

환자의 심리적 안정감을 도모하는 데에는 권태찬 새의료원건립추진본부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의 역할이 컸다.

권태찬 본부장은 “처음에는 환자의 심리적 안정, 그리고 환자 치료에 하나라도 더 도움이 되는 부분과 친환경적인 요소를 함께 가져가기 위한 방안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런 노력들이 빛을 봐서 초기 설계부터 환경적 요소와 환자를 아우르는 방안을 찾아내 시행하게 되어 한시름 놓게 됐다” 고 덧붙었다.

건축계 JC ‘I LEED’ 인증 추진

새 병원의 구상안은 단순히 아무런 기준도 없는 곳에서 꿈처럼 나온 제안이 아니다.

현재 미국에서는 미국그린빌딩위원회(USGBC, Green Building Council)가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가 활발하게 시행되고 있다.

LEED는 환경 친화적인 건축물에 대한 표준을 제시하고, 디자인·건설·운영 등 전반적인 절차에 대해 평가하는 것으로 1998년에 시작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30개국에 걸쳐 2만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등록돼있고, 2500개 이상의 프로젝트가 공식 인증을 받았다.

LEED 기준을 상세히 살펴보면 설계 및 시공단계에서 지속가능한 부지(Sustainable Site)를 만들기 위해 전체 부지의 20% 이상을 토착식생을 조성해야 하며, 열섬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50% 이상 그늘, 혹은 50% 이상의 지하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지붕의 50% 이상을 조경으로 꾸미고, 현장 내 1~13%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게끔 해야 한다.

이러한 LEED 프로젝트의 인정은 점수에 따라 플래티넘(platinum), 골드(gold), 실버(silver), 서티파이드(certified) 등 4개 등급으로 나뉘는데 건축계 관계자들은 총 4단계 중 서티파이드 등급도 상당히 수준이 높다고 설명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몇 개 건물이 LEED 인증에 맞춰서 건축 중이지만 아직 LEED 인증을 받은 병원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측은 새 병원을 건립할 때 이러한 수준 높은 ‘허들’ 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우수한 환경친화적 병원을 만들 수 있다고 자부한다.

권태찬 본부장은 “물론 초기 투자 비용이 많이 들긴 하지만 이젠 LEED 인증이 JCI처럼 병원들이 추구해야할 길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LEED 기준의 건축 소재들은 대부분 새집증후군을 유발할 가능성이 다른 건축 소재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환경과 환자 치료를 동시에 생각한다면 LEED 인증을 단순히 건축 인증으로 생각하지 말고 의료계에 녹여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권 본부장의 주장이다.

친환경병원 새 이정표 기대감

오는 2018년 개원을 앞두고 있는 새 병원은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의 새 병원이 향후 친환경병원의 새 이정표가 될 수 있을까에 대한 대답은 오는 2018년 알 수 있을 듯 하다.
/ 안치영 기자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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