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최근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준 메르스(MERS)사태가 이제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 쏟아져 나오던 메르스에 대한 우리사회의 문제점과 대책에 대한 의견들도 줄어들고 있다.

이제 차분히 의료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현재 메르스 사태와 관련하여 병원계는 적자의 늪에 빠져 있다.

병원협회는 병원급 의료기관(85개)의 직접 손실분을 5496억원으로 추계하고 있다. 병원경영연구원에서 전국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ERS사태로 인한 간접적인 수익감소액는 6월 한 달 동안 입원수익은 20.0%, 외래수익은 23.2%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병원의 유형별로 6월 한달간 수익 감소액은 상급종합병원 2069억원, 종합병원 2171억원 그리고 병원급은 2798억원으로, 전체 수익감소액은 7천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이와 같은 메르스로 인한 의료기관의 피해규모로 정부는 애초 1000억원 수준의 추경예산을 편성하였지만, 국회에서는 2500억원 수준으로 소폭 증액했다.

문제는 메르스의 확진자 경유 또는 발생 병원 등 직접피해를 입은 병원의 경우이다. 해당 병원들은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간은 1~2개월에 불과해 경영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 와중에 복지부는 7월 8일 메르스 정례브리핑을 통해서 상급종합병원 일반 병상 확대 시행을 9월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병상정책전환을 기대한 병원들은 허탈한 모습이다.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금번 메르스 감염이 최단기간 내 가장 빠른 속도로 확산된 이유로 밀집된 입원실과 응급실을 꼽고 있다. 국내 메르스 첫 감염자와 같은 병실에서 생활한 배우자와 옆 침대 환자, 병문안을 왔던 가족들이 감염된 것은 다인실 구조의 입원실 때문이라는 게 공통적인 지적사항이다.

그 사례로서 메르스 확진자(2015년 6월 9일자) 95명 가운데 18%가 같은 병실을 사용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며, 34%가 병동에서 메르스에 감염되었다.

또한, 최초 발생병원인 평택성모병원의 감염자 36명 중 다수가 다인실 입원 환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정부는 중증환자 보장성 강화정책으로 상급종합병원에 입원하려고 했을 때 일반병실이 부족하다는 기존 패러다임에 준거한 문제 제기로 기준병실(4~6인실)을 전체 병상의 70%까지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참고적으로 미국과 유럽 각국의 병원은 3인용 병실도 없애고 1인 병실 위주로 운영되는 추세에 있으며, 독일은 다인실 병상은 환자개인의 사생활 보호차원에서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처럼 병상 넓은 면적으로 입원환자들이 쾌적하고 사생활 침해도 없는 병실 환경은 의료기관과 모든 환자들의 바람이지만, 이를 제도화하기 위해선 낮은 입원 수가의 현실적인 장벽이 있다.

하지만 현재에도 법적으로 병상 당 면적 기준은 현재 1인실 6.5㎡, 2인실 이상 4.3㎡로 돼 있다. 따라서 1인 특실규모가 아닌 적정규모의 1~2인실 병실을 확대하는 정책은 전향적으로 검토되어야한다.

향후 한반도 기상변화 등으로 평균기온의 증가현상은 감염성 질환의 위험도가 증대할 것이며, 해외여행의 확대현상은 해외 감염성 바이러스질환에 접촉되는 환자가 증가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번 메르스 기회로 국내 다인실 병상(multi-beds room)중심의 병실 운영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기존의 연구결과에서도 다인실병상은 경제적인 요인 이외에는 아무런 장점이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 의료계는 기로(turning point)에 서 있다. 그 동안에도 병원의 입원실 감염의 취약성에 대해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지만 개선하지 않았고, 그 결과 메르스 사태를 경험했다. 또 다시 국내병원의 다인용 병실의 후진적인 입원실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감염 취약성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병원 입원실 패러다임을 1~2인실 중심으로 획기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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