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인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긴급환자 발생시 사이렌과 함께 구급차가 도착하고, 구급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여 환자를 차에 싣고 신속하게 마스크를 씌우는 이 장면은 TV 드라마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환자에게 씌운 마스크는 산소마스크로, 환자가 호흡이 어렵거나 혈중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의 상황에서 사용된다. 산소마스크는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는 휴대용 산소통과 연결이 되어 있어 지속적으로 환자에게 산소를 공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면 환자에게 공급되는 이 산소는 누군가에 의해 관리되고 있을까? 구급차에 비치되어 있는 산소통내 산소는“의료용 고압가스”의 일종이며, 의약품으로 분류하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신고 및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식약처가 의료용 고압가스를 의약품으로 분류하여 관리한다는 것은 인체에 직접 적용하는 물질로서 환자의 안전을 위하여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의료용 고압가스는 산소 외에도 이산화탄소·질소·아산화질소 등이 있으며, 체내 산소 포화도 조절, 전신마취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식약처 등 국내외 규제기관에서는 안전한 의약품의 제조 및 품질관리를 위하여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을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GMP란 품질이 보증된 의약품을 제조하고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요구되는 요건으로서 제조소의 시설·설비를 비롯하여 사용되는 원자재의 구입에서 부터 생산·시험검사 및 출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기준을 얘기한다. 국내에서도 의약품에 대하여 GMP 기준을 적용하여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으나 대형 가스제조업체의 경우 의료용 고압가스가 총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 이하’ 인 경우가 많고 만들어진 가스를 단순히 작은 실린더에 옮겨 담는 충전업체가 영세한 점을 감안하여 사실상 의료용고압가스에 경우에는 예외로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의료용 고압가스 GMP 도입을 미룰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의약품 GMP와 관련하여 유럽연합, 미국 등 해외선진국을 기준으로 국제적인 합의 기구인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에 우리나라 식약처가 2014년 7월 가입하면서 국제조화를 위해 국민안전을 위해 의료용 고압가스에도 GMP를 의무화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해외 선진국들의 관리 현황을 보면 의료용 고압가스에 대해서도 일찍부터 GMP 규정을 준수하고 있었다. 미국은 1981년부터 의료용 고압가스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 1989년 개정된 지침을 다시 적용하여 적극적인 제조 및 품질관리를 실시하고 있다.

유럽은 ‘Directive 2001/83/EC’ 또는 ‘Directive 2001/82/EC’ 의 의약품에 해당되는 가스에 대하여 의약품의 제조에 요구되는 요건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호주에서도 ‘Therapeutic Goods Act 1989’ 에 따라 의료용 고압가스를 의약품으로 분류하여 ‘The Manufacturing Principles 2009’ 에 따라 GMP 규정을 준수하고 있다.

따라서 식약처에서는 신규 업체에 대해서는 2015년 7월부터, 기존 업체에 대해서는 유예기간을 두고 2017년 7월부터 의료용 고압가스업체에게도 GMP 기준을 적용하기로 발표하였다. 예를 들면 △문서화를 위한 기준서에는 필요한 경우 벌크 출발물질 외에도 의료용 고압가스 공급에 사용되는 실린더, 초저온용기, 밸브, 라벨 및 첨부문서에 대한 상세정보가 모두 포함돼야 한다. △각 제품의 제조단위 유통에 대한 기록을 유지 관리해야 하며, 의료용 고압가스 벌크 및 충전된 의료용 고압가스 실린더 외에 실린더와 밸브의 생산유통이력을 보증할 수 있도록 적절한 시스템이 마련돼 있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식약처가 GMP 규정을 적용하기로 발표한 직접적인 계기는 PIC/S 가입이었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 결정이었다. 의료용 고압가스를 위한 GMP 규정뿐만 아니라 GMP 규정을 낯설어 하는 업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의료용 고압가스 GMP 해설서’ 도 마련하여 발표하였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가스산업 전체에서 의료용 고압가스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작고, 영세한 업체가 많아 GMP 도입의 어려움이 예상되며, 업계로부터 걱정의 목소리도 들리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항상 위기와 기회를 동반한다. 모든 과정 하나하나가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식약처와 관련 업체들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이번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번 GMP의 도입은 우리나라 의료용 고압가스의 산업이 좀 더 안전하고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제수준에 걸맞은 품질경쟁력과 격상된 국제 신인도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을 무대로 한 우리 업체들의 비상을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