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이혁 전 보사부장관
‘한국의약평론가회’ 는 2015년 6월 23일부터 1주일간 “메르스가 준 교훈, 경험에서 지혜를 얻자!” 라는 제목으로 회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바 있다. 설문은 의약평론가 회원 60여명을 대상으로 최근 메르스 사태에 관련하여, 확산 사태의 본질이 어디에 있으며, 향후 메르스와 같은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처능력을 키우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의약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설문조사 집계 결과는 2015년 7월 1일 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열린 건강포럼에서 발표하였는데, 그 내용이 시사하는 바가 크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여 주요 내용을 소개해 본다.

1. 메르스 초기대응 실패와 관련하여= 전체적으로 방역당국이 ‘메르스’ 를 너무 가볍게 여겼다는 평가였으며, 이 질환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와 실질적인 대처 매뉴얼이 미흡했다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또한 감염병 대처를 위한 정부의 역량이 부족했으며, 방역책임자의 리더십이나 위기관리 능력도 부족했다는 평가였다.

2. 향후 신종 감염병 출현시 정부의 대처 방안= 무엇보다 즉각적인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의협·병협·학회 등 전문가단체로 구성된 데스크포스팀(TFT)를 구성하여 적극 대응에 나서야 한다. 동시에 감염인 접촉자와 감염자가 방문한 의료기관을 격리 또는 폐쇄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때 강제 격리와 병원폐쇄에 따른 피해를 정부가 보전해야 마땅하다.

3. 치료병원의 공표 등 정보 공개와 관련하여= 대부분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는 의견이 많았지만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다’ 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정보공개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자는 자칫 정보공개로 알려지는 병원만 피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4. 메르스 확산 사태와 의료전달체계= 의료전달체계를 보다 엄격하게 확립해야 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특히 2차 진료기관의 역할과 개념을 보다 새롭게 정립해야 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한 진료의뢰서 발급 기준을 강화해야 하고, 환자 회송제도 또한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5. 우리나라의 간병문화에 대해= 대체로 보호자 없는 병실의 운영이 필요하다는 견해였으며, 입원 보호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었다. 다만 보호자 없는 병실의 운영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고려해 면회 시간과 인원을 엄격히 통제할 필요가 있으며, 병동 출입구의 소독시설 등 안전강화대책을 주문했다.

6. 감염병 대처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 국가 방역조직을 격상 내지 확대해야 하며, 민관합동 상설 TFT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또한 사태 발생 시 환자격리, 병원폐쇄 등 강제력 있는 조치를 위해서는 국가 보상 등을 전제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많았다.

다만 국가조직의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는 의견도 있었으며, 이는 메르스와 같은 사태가 기구조직이 없어서 막지 못한 것이 아니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데 있다는 것으로 분석 되었다.

7. 항구적인 신종 감염병 대책= 무엇보다 신종 감염병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료전문가를 주축으로 평소 대응 팀을 준비해 두고, 단계별 대응 매뉴얼을 확립하여 정기적이고, 실제적인 훈련을 해야 되며, 이를 위해 전문가 풀(Pool)을 미리 확보하여 이들로 하여금 국내 유입 가능 질병에 대해 예방차원의 TFT를 구성하여 신종 감염병에 대한 국외 정보수집 활동을 상시적으로 수행해야 될 필요가 있다. 동시에 국가 질병관리조직에 의료전문가를 대폭 보강하고, 관계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등 기능강화가 요구된다.

한국의약평론가회는 의학신문사가 추천한 의사·약사평론가들이 친목을 도모하고, 각자 세부 전문분야에서 쌓아온 식견을 모아 의료사회 발전을 위해 힘을 보태자는 취지로 1997년에 창립하였다. 회원은 의사와 약사 중에서 문필이 돋보이고, 의료계와 약학계에서 지도자적 역할을 하는 인사들이다. 그동안 배출된 의사와 약사평론가는 203명이지만 벌써 40명이 작고 하셨고, 은퇴하신 분들도 많아 현재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은 60여명이다. ‘의약평론가회’ 는 ‘의사(醫事)·약사(藥事) 평가평론가회’ 로 출발했다가 ‘의약평론가회’ 로 개칭되었다. 초대회장 권이혁 박사(6년 재임), 2대회장 박성태 박사(6년 재임), 3대회장 허갑범 박사(4년 재임)였으며 현재 이성낙 박사가 회장직을 맡고 있다.

<한국 의약평론가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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