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갑식
서울시병원회 회장

이번 메르스 사태에 즈음하여 본인 나름대로 느낀 것은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돌발사태에 대한 대처능력이 너무도 미흡하다는 점이었다. 국민들의 공포감은 최소화하면서 발생한 사태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대책이 마련되어 있었어야 했는데 이번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가 보여준 것은 이와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오히려 국민들의 공포심은 극대화하고,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는 것이 맞는 말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가하면 정부나 의료계 그리고 사회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보여준 모습 역시 책임감 있는 자들의 그것이라기보다는 ‘허겁지겁 갈팡질팡’이라는 말로 표현을 한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하면 다른 한편에선 정치를 하는 사람이나 단체의 관계자들이 이 사태를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또는 사회적 입지를 높여 보자는 얄팍한 속셈을 내비쳐 보여준, 조금은 씁쓸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그로인해 메르스 사태로 인해 증폭되는 공포심과 함께 지치고 힘들어 하는 것은 애꿎은 국민들과 병원들뿐이었다.

이렇듯 대책부재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메르스에 감염된 환자들이며 또한 그로인한 공포감으로 일상적인 생활마저 영위할 수 없었던 국민들이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은 병원들이 아닌가 싶다. 병원은 환자의 병을 고쳐주고 그 대가로 운영이 되는 곳이다.

그런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들이 본연의 진료활동을 정상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들은 물론이요, 환자발생이 없었던 병원들조차도 환자들의 내원기피 때문이다. 그로 인해 대다수 병원들의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는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어느 누구하나 병원들의 입장을 생각하려 하기보다는 메르스 환자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마치 병원의 탓으로 돌리는 듯 보여, 오로지 사명감으로 메르스 감염환자를 어떻게든 줄여보겠다고 노력하는 의료인들의 사기와 의욕을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얼마간 더 지속된다면 병원인들의 사기는 크게 저하되고, 병원들은 환자들의 내원기피로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최소화하려면 메르스 사태 종식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면서도 마치 가뭄으로 시들어가는 논밭과 같은 병원들에게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단비와 같은 정부의 지원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하겠다. 다행히 정부가 병원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 중이라는 최근의 보도를 보면서 다행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며칠전 단비가 내렸지만 가뭄을 해갈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던 것처럼 병원들이 현재 직면한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조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병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부나 국민들로부터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40여 년 전 의료보험(건강보험)제도 시행을 비롯해 의료계의 운신을 제약하는 온갖 제도와 규제 하에서도 오직 국민들의 건강을 위한다는 사명감 하나로 그 모든 것을 감내해 온 것이 바로 의료계요, 병원계였다는 점을 정부나 국민 모두가 꼭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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