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최선의 조언을 했나?
벗에게 신용 없이 굴지 않았나?
가르침 받은 것을 복습했나?

▲ 권이혁 전 보사부장관

필자는 학교 교육의 대부분을 일제강점기 시절에 받았다. 중학교 시절에 받은 한문교육은 ‘논어(論語)’ 가 교재였던 까닭에 논어에 관하여는 비교적 광범위하게 공부할 수 있었고,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남긴 명언들 중에는 인상적인 것이 많았으며, 오늘날에도 인용하는 것이 많다.

중학교 시절에도 그렇기는 했지만 나이 들수록 공자(BC 551-479)나 그의 제자들의 말씀이 참으로 훌륭하다고 느끼게 됐다. 2500여년 전의 말씀들이 오늘날에도 애용되고 존중되는 것이니, 공자나 제자들이야 말로 위대한 인물들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여러 명언들이 잊혀지지 않지만 여기서는 공자의 말씀인 ‘온고지신(溫故知新)’ 과 증자의 말씀인 ‘삼성(三省)’ 에 관하여 살펴본다.

온고지신(溫故知新)

공자께서 말씀하신 “온고이지신 가이위사의(溫故而知新, 可以爲師矣)” 가 ‘온고지신’ 으로 불리며,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말이다. “옛것을 찾고 새것을 알게 되면 스승이 될 수 있다” 고 풀이 된다. 일반적으로 구시대와 신시대를 대조시킨 것이 아니라고 해석되고 있으며, 배운 것을 대조시키는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이 옳다고 지적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溫(온)’ 자 해석이다. ‘溫’ 은 ‘따뜻함’ 을 뜻하는 글자인데 “의거하다” “복습하다” “찾는다” 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따뜻한 수프를 끓이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데, 옛일들을 시간을 끌어 장시간 음미한 끝에 따뜻한 수프를 마시듯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필자도 ‘온고지신’ 은 잘 인용하고 아끼는 편이다. 필자의 에세이집 제1집의 책명도『온고지신』이다. 옛일들을 충분하게 분석하고 참뜻을 알아야만 값진 새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은 지성인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삼성(三省)

“오일삼성오신, 위인모이불충호?(吾日三省吾身, 爲人謨而不忠乎?), 여붕우교이불신호? 전불습호?(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에 관하여 살펴본다. 나는 매일 나 자신에 관하여 세 가지를 반성한다. 즉 남을 위해서 의견을 말해주는 경우에 전력을 다 했을까? 벗들과 사귀는데 있어서 신용 없이 굴지 않았는지? 가르침을 받은 것을 복습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삼성(三省)을 “세 번 반성한다” 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삼성은 회수가 아니라 반성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다.

증자(曾子)는 공자의 제자이며, 이름은 삼(參), 자(字)는 자여(子輿)이다. 노나라 사람으로 공자보다 46세 연소했다. 어쨌든 증자의 ‘삼성’ 이 필자에게는 대표적인 ‘인생슬로건’ 의 하나이며 필자는 취침 전에 그날 지낸 하루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면서 반성할 것은 반성하는 습관이 있다.

2015년 1월 8일 저녁 6시에 서울대학교 총동창회 신년 하례식이 롯데호텔 크리스탈 볼룸에서 열렸다. 1000명 가까운 동문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단상에서 시루떡을 자르는 행사에는 참여했다. 다리가 불편해서 다른 분들의 도움을 받고 계단을 오르내리고 하는 일이 고역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도와주는 직원들 덕분으로 이 일은 해냈다.

자리로 돌아와 앉아 있으니 ‘새해 덕담’ 을 하라고 호명됐다. 필자는 결례인지는 알지만 다시 단상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사양했다. 하례식이 끝날 무렵에 나는 먼저 출구로 향했다. 출구 가까이 갔을 때 ‘교가제창’ 이 있었다. 필자의 팔을 잡아주던 젊은이와 함께 퇴장하고 있었다.

참가자들은 기립을 하고 교가를 제창하는데 필자는 걸음을 멈추지 않고 출구로 향했다. 그러고 나서 생각해보니 대단한 결례를 했다고 느끼게 됐다. 잠깐 걸음을 멈추고 나도 교가제창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던 것이 몹시 후회스럽고 부끄럽게 생각되었다.

이날은 두 가지 반성을 하게 하게 됐다. 한 가지는 ‘덕담’ 지명을 사절한 일, 다른 하나는 교가 제창을 무시해 버린 일이다. 그날 취침 전에 나는 두 가지 잘못을 몹시 반성하였다. 을미(乙未) 새해 하례식에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욱 깊은 반성을 하게 된 것이다. 공자님과 증자님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생긴 것은 당연하다.(2015.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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