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롭게도 6년을 주기로 집단 감염병 유행 상황이 반복됐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르기까지. 이런 국가 위기단계에서 정부의 행정력이 빛을 발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2015년,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보건당국은 이런 경우가 있나 싶을 정도로 무너졌다.

메르스 사태에 대한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해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의 능력 부족과 리더십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감염이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한데다, 메르스 관련 병원 공개를 반대하면서 메르스 사태를 둘러싼 비판의 화살은 보건당국과 수장인 문형표 장관을 향해 있다.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초기 대응과 관리 부실의 책임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무거워지고 있다. 연금전문가로 경제학자 출신인 그가 보건 분야에 있어서 업무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실제로 보건당국은 메르스 첫 환자를 검진했던 병원 측의 보고를 처음에는 무시했고, 결국 메르스 감염을 진압하는데 가장 중요한 시기인 36시간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누를 범했다.

지난 1일 숨진 25번째(57, 여) S환자 역시 메르스 감염 증상이 발현된 지난 5월 25일부터 6일 동안이나 보건당국의 통제와 치료를 받지 못했다. 보건당국은 그간 이 환자의 행적을 추적해왔지만 숨지기 전날까지 어디 있는지조차 알아내지 못한 것이다. 당국이 초반 느슨했던 방역망을 재점검하겠다며 대대적인 조사를 진행했지만 S씨를 발견하지 못한 사이 그는 자신이 메르스 환자인지도 모르는 병원에서 투병을 해야했다.

문 장관은 이번 메르스 사태로 취임 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건강보험료 개편, 국민연금 개혁 등 굵직한 사건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지만, 국민의 건강이 직접적으로 연결된 이번 사태로 그의 장관직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야당과 보건의료단체들은 그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정부의 안일한 인식과 무능한 대응이 초래한 결과다. 여전히 제대로 된 대책도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도 보이지 않는 것에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장관이란 자리는 아무나 앉는 게 아니다. 능력과 리더십, 도덕성 등에서 뛰어나야 장관직을 수행할 수 있다. 책임이 막중한 자리다. 역대 정권에서 성공한 장관들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다. 탁월한 업무능력과 리더십, 도덕성이다. 우선 장관은 소관 부처에 대한 정책을 꿰차고 소신 있게 추진해야 한다. 그런 만큼 업무를 ‘정치(精緻: 정교하고 치밀함)’하고 있어야 한다. 모르면 공무원들한테 휘둘린다. 장관은 정책 입안능력과 집행능력, 관리 능력을 구비해야 한다. 둘째는 리더십이다. 리더십이 있어야 조직을 통솔할 수 있다. 셋째는 장관이 도덕적으로 완벽해야 한다. 청렴결백해야 아래 사람이 따른다. 장관 자리는 이처럼 모든 걸 구비해야 한다.

참여정부에서 정치인 출신인 김화중 복지부장관(전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2003년 전 세계적으로 775명이 사망한 사스를 효과적으로 막아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사스 예방의 모범 국으로 분류됐다. 김 장관은 2003년 3월16일부터 위험지역에서 들어온 23만 명에 대해 전화 추적조사를 벌였으며 전국 13개 검역소에서 5400대의 항공기 및 탑승객 62만 명, 1만 척의 선박과 탑승객 28만 명에 대해 사스 검역을 실시했다. 결과는 사스 환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추정환자만 3명이었다. 이명박 정부인 2009년 전재희 장관(전 한나라당 의원)은 신종플루 확산에 대비해 ‘보건당국이 앞장서서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느 곳인지를 투명하게 공개해, 감염 확산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을 수 있었다’고 회고한다. 이들 장관과 달리 문 장관은 가장 기본적인 보건의료 분야 업무 능력에서 부족하다는 판정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그를 장관에 임명했어도 능력부족 판정을 받은 그가 향후 리더십을 발휘해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리더십분야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의 스티븐 코비 박사는 그의 저서 ‘원칙 중심의 리더십’에서 지도력의 유형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두려움을 주는 리더십이다. 둘째는 이익을 미끼로 하는 실리의 리더십이다. 셋째는 원칙중심의 리더십이다. 이 세 가지 리더십 중에서 첫 번째 리더십은 ‘면종복배(面從腹背)’다. 앞에서는 승복하는 척 하지만 돌아서서는 딴소리하는 유형이다. ‘복지부동(伏地不動)’도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일시적인 통제방식이다. 둘째는 기능적이고 단순한 방식이다. 이런 리더십은 이익이 없으면 등을 돌리는 유형이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리더십이다. 마지막 리더십이 오래가는 유형이다. 그리고 안정적이다. 원칙에 따라 일을 처리하기 때문에 공평무사하다. 불만이 나올 리 없다.

우리 앞에는 난제가 쌓였다. 경제 살리기와 취업난 해소. 계층 간 갈등 해결, 메르스 확산 방지 등 어느 것 하나 간단한 것이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보건당국을 비롯한 현 정부가 개인이나 정치권, 특정 집단을 위한 것이 아니라 원칙중심의 국민을 위한 국정을 펼쳐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들만을 위한 리더십은 리더십이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을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장관은 당장 발등의 불인 ‘메르스’ 문제부터 원칙의 리더십을 발휘해 얽힌 매듭을 조속히 풀어야 한다. 한 눈 팔지 않고 원칙중심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민의를 대변할 수 있고 국민이 신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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