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치료제 시장 대세는 ‘표적치료제’

표적 치료 3품목이 전체 매출 절반 차지

국내 폐암치료제 시장 규모 2000억원 추산
‘알림타’400억 매출… ‘이레사’ 294억- ‘타쎄바’ 227억 순

■ 국내 폐암치료제 시장 현황

현재 폐암치료제 시장은 표적치료제가 이끌고 있다. 매출의 절반을 표적치료제가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폐암 치료제 시장은 2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중 표적치료제 3개 제품이 약 1000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IMS 데이터 기준으로 2014년 가장 많은 매출액을 기록한 치료제는 일라이 릴리의 ‘알림타’ 다. 약 400억원을 판매했다. 이어서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레사’ 는 294억원을, 로슈의 ‘타쎄바’ 가 227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지오트립’ 은 지난해 출시로 아직 매출액을 집계하지 못했다. 하지만 2세대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저해제로 주목받고 있다. 로슈‘아바스틴’ 경우 폐암 치료에 있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또한 집계가 어렵다.

EGFR 저해제 이외에 폐암치료제로는 악성 림프종 키나아제(ALK) 억제제인 화이자의 ‘잴코리’ 도 있다. 또한 최근에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BMS와 오노약품의 ‘옵디보’ 도 폐암 적응증으로의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EGFR 저해제 3세대 약물로 불리는 몇 가지의 후보물질이 성공적인 임상 소식을 전해오고 있다. 폐암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환자 조직학적 특성에 따라 폐암 치료제 선택해야

폐암 환자 85% 비소세포폐암…적절한 치료제 사용 중

■ 폐암치료제 분류

폐암치료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선 폐암의 분류가 우선이다. 폐암이라도 다 같은 폐암이 아니다. 환자마다 조직학적인 유형이 다르다. 환자 특성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제약사 관계자는 “2007년 이전에는 폐암 치료에 있어 어떤 치료제가 어떤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지에 대한 임상 경험이 부족해 의료진의 추정에 의해 치료가 이루어졌다” 며 “당연히 치료 성공률은 좋지 않았고 치료를 받더라도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10~12개월에 머물렀다” 고 말했다.

폐암은 크게 소세포폐암(SCLC)과 비소세포폐암(NSCLC)으로 나뉘는데 비소세포폐암이 전체 폐암 중 85%를 차지한다. 이 비소세포폐암은 다시 비편평 비소세포폐암(NSCLC)과 편평세포폐암(NSCLC)으로 나뉜다. 비편평 비소세포폐암이 70~75%로 대부분이고 편평 비소세포폐암이 25% 정도로 알려져 있다. 즉 현재까지 밝혀진 원인 중 가장 많은 폐암 환자가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군이라고 할 수 있다.

비소세포폐암으로 밝혀지면 유전자 검사를 통해 EGFR 변이가 양성인지, 음성인지를 다시 따져본다. 양성일 경우 EGFR 저해제인 이레사, 타쎄바, 지오트립을 적용하면 된다. 만약 음성이라면 알림타를 사용한다.

EGFR 변이가 아닌 악성 림프종 키나아제(ALK) 양성으로 나오면 잴코리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

즉 먼저 환자의 폐암 원인을 정확히 분석하고 그에 맞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릴리 ‘알림타’ 독주…EGFR 3품목 치열한 경쟁 예상
이레사-타쎄바-지오트립 장점 내세워 우위 확보 노력

■ 주요 폐암치료제 특징

알림타는 현재 폐암치료제 중 가장 많은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알림타는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있어 기존 항암화학요법 치료제보다 생존율을 현저하게 개선시키고 약물 부작용이 적다는 것이 여러 임상연구를 통해 일관되게 확인이 되었다.

더구나 EGFR 변이 양성치료제 시장은 3개 제품이 경쟁하는 구도이지만, 알림타는 EGFR 변이 음성인 환자에 사용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시장 지배를 하고 있다.

알림타 관계자는 “2007년 이전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는 파크리탁셀, 도세탁셀, 젬시타빈 등 소위 3세대 항암화학요법제에 플라티넘(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을 병용한 2제 요법이 주된 치료요법이었지만,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10~12개월에 불과했다” 며 “알림타 등장 이후 비편평 비소세포폐암 3-4기 환자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지속 유지 요법을 시행할 경우 16.9개월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고 말했다.

이렇게 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키는 것을 증명한 알림타는 다른 제품이 경구용인 것에 반해 주사제임에도 출시 이후 매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릴리측은 오히려 알림타가 주사제인 점은 핸디캡이 아니라고 했다.

알림타 관계자는 “당뇨병과 같은 만성질환의 경우 복용 편의성이 중요할 수 있지만 암과 같은 질환에 있어서는 편리성보다는 의미있는 생존 연장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느냐가 우선 고려대상” 이라며 “오히려 3주에 한 번만 맞아야 하는 주사제여서 투약 스케줄이 더 잘 지켜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 말했다.

1위는 항상 위협을 받기 마련이다. 알림타는 5월 특허만료가 되면서 10여개의 제네릭 제품이 출시를 준비 중이다. 이에 제네릭과의 경쟁을 위해 약값을 인하할 계획이다. 매출은 하향 곡선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릴리측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알림타 관계자는 “특허 만료 후 제네릭이 등장했다는 것은 그만큼 알림타가 좋은 약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 이라며 “제네릭이 출시된다 하더라도 5% 정도인 환자부담금을 생각한다면 제네릭 전환으로 얻을 경제적인 이득은 크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IMS 데이터 기준 2위의 매출액을 보이는 이레사는 폐암치료제의 큰 형님 격이다. 2004년 출시된 제품으로 대표적인 비소세포폐암 1세대다. EGFR 변이 양성 표적치료제로는 가장 앞섰다. 이레사는 2001년 12월 치료대안이 없는 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EAP)을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됐다. 제품 출시 전 임상단계에서 사용이 승인된 약물은 글리벡에 이어 이레사가 두 번째였다.

이레사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게 질병이 더 진행되지 않았다. 생존해 있는 기간은 9.5개월로 기존 항암제 치료시 6.3개월보다 길었다. 이레사는 2011년까지 3기 A단계 이상 비소세포 폐암의 2차 이상 항암요법에만 급여가 적용됐었다. 하지만 EGFR 유전자 활성변이가 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요법에도 보험급여가 확대되면서 급성장했다.

이후 비소세포폐암 EGFR 변이 양성의 표적치료제의 대표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이레사의 효능은 많은 임상연구와 오랜 진료현장을 통해 입증되어 왔다” 고 말했다.

이레사 출시 뒤 2년 후인 2006년 나온‘타쎄바’는 정상 및 종양 세포 표면에 발현된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의 세포 내 인산화를 강력하게 억제하여 세포의 성장 정지 및 세포 사멸을 통해 종양의 전이, 혈관신생을 억제한다. 폐암에서 타쎄바의 적응증은 EGFR 활성 변이가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 백금계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1차 화학요법의 4주기 후 질병진행이 없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의 유지요법, 이전 화학요법에 실패한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이다.

로슈측이 내세우고 있는 타쎄바의 강점은 생존기간의 연장과 함께 양호한 안전성 및 우수한 내약성이다. 또 1일 1회 경구용 정제로써 편리성도 강조했다.

로슈 관계자는 “EGFR 활성변이가 있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22개 센터, 165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3상 연구에 따르면 13.7개월까지 암이 진행되지 않았다” 며 “기존 항암화학요법(4.6개월)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을 3배 연장시킨 것이다. 치료제에 대한 객관적 반응률도 83%로 기존 항암화학요법(36%) 대비 높았다” 고 말했다.

2세대 약물로 불리고 있는 지오트립은 1세대 약물이 가역적인 것에 비해 비가역적이라는 것이 장점이다.

이레사와 타쎄바가 ErbB Family 중 ErbB1만 차단하는 반면, 지오트립은 ErbB1을 포함해 ErbB2, ErbB3, ErbB4까지 모두 차단해 ErbB 수용체 신호전달을 비가역적으로 완전히 억제한다. 이러한 기전으로 내성 위험을 줄이거나 내성이 나타날 때까지의 시간을 지연시킨다는 것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오트립은 지난 해 1월 시판 허가를 획득한 이후 8개월 만에 보험급여를 적용받아 사용되고 있다. 지오트립은 유럽종양학회(ESMO),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을 통해 우수함을 증명하는 임상연구를 연이어 발표했다.

3상 임상에서 진행성 편평세포 폐암 환자 800명을 대상으로 지오트립 치료군과 엘로티닙 치료군에 일대일로 무작위 배정해 무진행 생존기간을 비교했다. 그 결과 지오트립 치료군이 엘로티닙 치료군과 비교해 일차 평가변수인 질병 진행 위험을 18%까지 감소시키고 종양 성장 역시 지연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지오트립 관계자는 “1세대에 비해 뒤늦게 나왔지만 그만큼 기존 약물보다 업그레이드된 효능을 보이고 있다” 며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알림타와 비교해도 무진행생존기간이 유의하게 길었다” 고 말했다.

다만 후발주자라는 점과 기존 제품들보다 인지도가 낮아 실제 매출에서 어느 정도 파워를 보이고 있는지는 아직 측정하기가 어렵다.

한편 EGFR 변이가 아닌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가 양성인 폐암 환자에게는 잴코리가 있다.

지난 2012년 출시된 잴코리는 기존 치료경험이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후기 임상시험에서 표준 항암요법인 페메트렉시드 또는 도세탁셀 치료경험이 있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기존 치료제보다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잴코리는 지난 2007년 ALK 유전자의 융합이 비소세포폐암을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 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후 불과 4년 만에 관련 임상을 진행,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3세대 표적치료·면역항암제 연구 활발

성장 가능성 높은 폐암치료제 시장 신약 출현 기대

■ 폐암치료제 시장 전망

1세대 약물에서 발현되는 내성을 해결할 수 있는 3세대 약물도 활발하게 개발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 중인 ‘AZD9291’ 약물은 1세대 약물을 장기 투여할 경우 나타나는 돌연변이인 ‘T790M’ 를 잡아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1상 임상시험에서 T790M 변이가 있는 환자의 절반이 종양의 크기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약물은 지난 해 국내에서 3상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국내사도 준비 중이다. 한미약품은 최근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개발 중인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 의 긍정적인 1/2상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폐암 치료에는 적응증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면역항암제의 도전이 있다. 면역항암제란 우리 몸의 면역세포(T세포) 표면에 있는 PD-1과 이에 반응하는 종양세포 표면의 PD-L1간 상호작용을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즉 종양세포가 면역세포에 달라붙지 못하도록 연결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암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준다. 이는 EGFR, ALK와 같은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해 이들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암을 치료하는 타겟치료제와 달리 다양한 암종에 효과를 낼 수 있다.

유럽종양학회(ESMO) 로프 알노 스타헬 회장은 “유전자 변이를 찾아낼 수 없는 80%의 환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 며 “또한 표적치료제는 내성의 우려가 있고 치료제가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게 되면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게 없다” 고 말했다. 저명한 종양학자도 면역항암제의 미래를 밝게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면역항암제는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흑색종 치료로만 적응증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폐암에도 곧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키트루다는 미국암연구협회에서 비소세포폐암에 대한 유효성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한 BMS와 오노약품도 여보이주를 지난 해 말 국내에서 허가를 획득하고 최근 출시를 했다. 다만 어떤 환자에게 적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을지를 판별해내는 바이오마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다면 면역항암제의 사용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 수도 있다.

이처럼 폐암치료제 시장은 성장 중이고 향후에도 성장이 예상되는 치료제 시장이다. 이는 반대로 얘기하면 그만큼 폐암이라는 질환이 아직 정복하지 못한 영역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질환의 특성상 제약사들은 경제적인 이득보다 연구자로서의 사명감을 얘기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인류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자는 측면에서 우리도 할 수 있는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이런 점을 인정받는다면 자연스럽게 신뢰성이 높아지고 이는 매출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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