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

지난 5월20일 최초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6월 11일 현재 122명의 확진환자가 발생하였고, 그동안 총 4760명이 격리조치를 받고 있거나 받은 사람들로서 이중 955명은 해제조치를 받아 현재는 3805명이 격리조치중이다.

이번 메르스 유행은 사업차 중동지역을 다녀왔던 발열 및 호흡곤란 증상의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 진료를 받던 중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5월 1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내원하고 진료의사가 이 환자의 병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중동지역 여행 경력을 알게 되고 즉시 보건당국에 신고하여 확진 절차를 거쳐 5월 20일 우리나라 최초의 메르스 환자로 판정되면서 시작되었다.

확진 판정 이후 삼성서울병원 내원 이전에 이미 세 곳의 의료기관(아산서울의원, 평택성모병원, 365서울열린병원)에서 외래 및 입원 진료를 받은 것이 역학조사 과정에서 확인되었고, 해당 의료기관에서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가 시작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평택성모병원에서 입원진료를 받고 있던 또 다른 환자(14번 환자)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평택굿모닝병원을 거쳐 역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5월 27일 내원하였고, 29일까지 3일간 응급실에서 일반 폐렴환자로 분류되어 응급실에서 치료가 이루어졌고, 응급실 내원 3일차인 29일 저녁이 돼서야 보건당국으로부터 최초 확진판정을 받은 환자(1번 환자)의 평택성모병원내 접촉자라는 사실을 통보받았다.

이와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진료기관간의 환자의 병력에 대한 정보 공유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의미하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최초 확진환자(1번 환자)는 평택성모병원 등에서 접촉자중 38명을 감염시켰고, 2차 감염자인 14번 환자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접촉자 중 52명을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되었다.

병원 내에서의 감염병 환자 관리 미흡으로 실로 엄청난 규모의 감염자가 발생한 것이다.

반면 미국의 성공적 메르스 대응 사례로서 2014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하던 미국인이 24일 영국 히스로공항을 거쳐 미국 시카고 오헤어공항에 도착해 버스를 타고 인디애나주 자택으로 이동했고, 입국 사흘 뒤인 27일부터 고열과 호흡곤란, 기침 등의 증상을 보여 다음 날 병원 응급실을 찾았을 때 병원은 곧바로 환자의 여행력을 파악, 격리 조치하고 메르스 감염을 확진했다.

미국 내 메르스 감염 첫 사례인 이 환자는 11일 만에 건강한 몸으로 퇴원했다.

당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 환자가 이동 중 만난 비행기 탑승객 100여 명, 버스 탑승객 10여 명에게 연락을 취해 이중 75%와 연락이 닿았고, 전염 증상을 보인 사람은 없다고 확인했다고 한다.

며칠 뒤 플로리다에서도 첫 번째 환자와 관련 없는 다른 환자가 발생했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 거주했다는 여행력을 파악하자마자 격리했고, 이 환자 역시 9일 만에 퇴원했다. 물론 1명의 감염자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와 미국의 감염병 통제 능력을 비교해보면서 유난히 우리나라가 왜 병원내에서 메르스 환자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병원문화인 의료쇼핑, 다인실내 입원환자와 가족 및 간병인의 24시간 공동생활, 빈번한 문병객과의 긴밀한 접촉 그리고 근본적인 병원내의 감염관리의 미흡 등이 아마도 금번 메르스 사태의 근원적인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초기 방역대응의 미흡했던 부분도 포함해서 말이다. 또한 환자 정보의 신속한 파악과 공유가 감염병 관리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도 다시 한 번 절감케 한 사례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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