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영
경희대 약학대학 교수
약대 6년제 첫 졸업생이 올해 처음으로 배출되고 이에 따른 6년제 약사 국가고시가 실시되었다. ‘약사 국시의 최종 합격률이 너무 높아 변별력이 없다’ ‘교육이 부실해서 문제를 쉽게 낸 것 아니냐’ 등 별로 좋은 평가를 못 받는 것 같아 애석하기도 하고, 그동안 노력해온 것이 허사인가 싶어 화가 나기도 한다. 참을 인(忍)자 셋이면 살인도 참을 수 있다는데 싶어 공자인 척도 해본다.

기존의 4년제 약사와 6년제 약사는 커리큘럼에서 큰 변화가 있었다. 교양과 전공기초를 2년간 배우고 3학년부터 전공과목을 배우기 시작했던 4년제와 달리, 6년제에서는 약대로 들어오자마자 전공과목부터 배우기 시작하고 5~6학년에는 실무실습 위주로 병원, 약국, 제약회사, 공공기관 등에 직접 가서 시간이수를 함으로써 졸업 하자마자 6개월 내에 자기분야에서 실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약사가 길러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제 시작이다 보니 여러 면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나, 대학은 그동안의 경험에 의해 대처는 빠른 편이어서 몇 년 안 되는 짧은 기간에도 많은 개선을 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교육이라는 측면에서의 의학과 약학의 역할분담을 제안하고 싶다. 의약분업의 원 취지는 약의 전문가인 약사와 진료의 전문가인 의사가 서로 상호 보완적인 면에서 환자의 치료효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약사는 의사의 판단을 믿어야 하며, 의사는 처방전 검토라는 면에서의 약사의 전문성을 인정해 줘야 하는 것이다. 간혹 처방전에 대한 약사의 지적에 대해 그 동안의 처방경험에 비춰 별 문제 없을 테니, 내가 책임질 테니 그대로 조제해 주라는 요구와 약에 대해서는 전문가로 자부하는 약사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치열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보건의료인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무엇인가? 환자에 대한 정확한 치료와 회복에 기여한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 의사와 약사간의 문제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서로의 역할과 전문성을 인정하고 환자를 위해 실제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지 학부 때부터 경험해 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수년전 경희대 약대 학장을 역임 하던 때에 의대 학장과 두 학과의 공동수업을 제안한 적이 있다. 환자의 case study를 두 과의 교수와 학생들이 공동 참여하여 해석, 판단하고 실제 의대학생들의 진단, 처방전 제시와 이에 대한 약대생들의 분석과 보완이 이루어진다면 아마도 현 6년제 약대생들의 실력도 파악 할 수 있을 것이고, 미국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약의 선택에 있어서의 자연스러운 약사 참여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다.

기존 의사, 약사뿐만 아니라 이제 사회에 진출하여 국가의 보건의료를 책임질 학생들 간의 이해와 협력이야 말로 의약분업을 완성시키고 단순한 직업인이 아닌 국민에게 봉사, 헌신하는 의사, 약사로서 존경받게 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런 의미에서 올 2학기부터라도 의대, 약대생들이 공동 참여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을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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