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한국제약협회 커뮤니케이션실장
2.5%. 충격적 수치였다. 지난해 닐슨리서치가 전국의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한국 제약산업 관련 일대일 면접조사를 실시했다. 조사항목 중 ‘국내 제약사가 만든 의약품이 해외로 수출되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잘 알고 있다”고 한 응답자가 100명중 채 3명도 되지 않았다. 나머지 97.5%는 “들어본 적도 없거나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고 했다. 동일한 조사에서 ‘현재 우리나라 제약산업 역량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는 질문에 “선진국 수준”이라는 답이 4.0%에 불과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188개 국가, 2조5천억원. 지난해 1년 동안 ‘메이드 인 코리아’ 의약품을 수입해 간 나라 숫자와 그 규모다. 미국과 EU, 일본 등 제약 강국들을 포함해 UN 회원국 193개 국가 중 거의 대부분 국가에서 한국산 의약품을 구입해갔다.

지난해 한 달 평균 2083억원에 달한 국산 의약품의 연간 수출액은 2006년 이후 연평균 19.7%대의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추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올해 들어 지난 3월까지 1분기 의약품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4% 증가한 5억7천만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월별 기록을 따져 매월 신기록을 경신할 정도로 세계 시장의 ‘의약품 한류’는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국민 신뢰 확보와 글로벌 역량 강화.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은 한국제약협회가 200개 회원사들과 함께 간절한 마음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다. 이중 국민 신뢰 확보를 우선한 것은 앞서 언급한 사례와 닿아있다. 우리 제약산업의 역량에 대한 실체적 진실과 국민 인식 사이의 심각한 괴리를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무리 국내 제약산업계가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가고 있다 하더라도 국민의 믿음을 얻지 못하는 한 사상누각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객관적 지표가 말해주는 수준이 어떠하든 국민들이 한국 제약산업은 외국에 의약품을 수출할 만큼 경쟁력이 있지도 않고, 천년만년 리베이트로 얼룩진 국내용 산업이라 여기는 한 우리의 미래는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켜켜이 쌓인 편견과 불신의 바다에서 희망과 도전, 응원의 문화가 영글어가기는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 제약산업계가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신화를 만들기 위한 경쟁력 강화 노력 못지않게 국민의 마음을 얻기 위한 소통의 형식과 내용을 고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일반시민과 아세안지역 규제당국자 등이 지난 4월 23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제5회 국제의약품전 기간중 행사장내의 한국제약협회 및 국내 제약산업 홍보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이 요구하는 cGMP 수준의 생산 인프라 구축과 폭발적인 수출증대, 25개의 국내 개발 신약을 보유한 세계 10번째 신약 개발 국가, 2014년 제약 선진국 중심의 PIC/S(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 가입, 불법 리베이트 추방 등 윤리경영 확립 노력, 소외계층에 대한 의약품 무상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사회적 책임 수행….

2015년 한국 제약산업의 현재를 말해주는 사안들 중 일부다. 철저히 팩트에 기반한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일반 시민들은 업계의 일방적인 주장인양 여기는 듯하다. 중남미와 중동 등 세계 의약품 시장의 신흥시장 즉, 파머징 마켓에서 한국 제약회사와 한국산 의약품에 대한 인기가 치솟으며 신속한 수입을 위해 허가등록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뜨거운 구애의 대상이지만, 정작 국내에선 평가 절하하기 일쑤다.

제약산업계에 몸담고 있는 입장에서 억울하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국민 탓, 남 탓 할게 아니다. 달라진 역량과 위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소통의 방식도 일방향이었던데 따른 자업자득이기 때문이다. 모든 문제의 해법은 남 탓이 아닌 나 자신으로부터, 억지 꾸밈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진실성으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다. 국내 제약산업의 시설과 역량을 당당하게 일반 시민은 물론, 우리의 미래를 끌어갈 초·중·고·대학생 등에게 공개함으로써 신뢰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의견이 제기된 배경이라고 하겠다.

‘한국 제약산업 오픈하우스’는 지난 2월 제약협회 정기총회에서 올해 핵심사업으로 확정된 후 시행을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민과 함께 하는’ 제약산업 오픈하우스의 성패는 물론 회원사와 시민·학생 등의 참여 여부에 달려있다.

협회는 요즘 200개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연구소와 생산시설, 물류센터와 임상시험센터 등 공개 가능한 시설과 견학 가능 시기 등을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한독의약박물관(한독)과 유일한기념관(유한양행), 목암기념관(녹십자)·중보보령관(보령제약)·고촌홀(종근당) 등 한국 제약산업의 성장사와 창업 1세대들의 업적을 체감할 수 있는 박물관·기념관 등과 다양한 체험시설 등도 파악하고 있다.

협회는 회원사들로부터 각종 시설 등에 대한 정보를 취합한 뒤 지역과 시설 등을 자세하게 리스트업해 견학을 희망하는 일반 시민과 학생 등에게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개별 회사들의 사정에 따른 일정 조정의 여지는 있지만 가능한 학교 방학기간을 포함한 7월부터 협회 창립 기념일(10월 26일) 직전까지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국내 제약시설을 둘러본 후 소감을 적은 견학 후기들을 공모해 우수작을 시상하는 방안도 예정돼있다.

당신의 생명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약이 어떤 절차와 품질관리 과정을 거쳐 생산되고 있는지 현장에서 들여다보고 싶은가? 의약박물관을 찾아 직접 소화제를 만드는 체험을 해보고 싶은가? 우리나라의 핵심 미래 먹거리산업이라 평가받는 한국 제약산업의 수준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가? 학생이든 언론인이든 공무원이든 주부든 직업과 나이, 지역에 아무런 제한은 없다. K-팜(Pharm)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들여다볼 수 있는 ‘2015 한국제약산업 오픈하우스’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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