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진
명이비인후과원장
의사평론가/
2015년 4월 9일 대한의사협회 회의실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하 의평원) 주최로 ‘임상계열 의학 석·박사 학위 개선방안 연구 워크숍’이 열렸다. 힘든 수련과정과 맞물려 수련의들의 짐을 무겁게 하고 있는 불합리한 의학교육과정에 대해 용기 있게 문제를 제기한 자리였다. 대한민국 임상계열 석·박사 학위의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한 첫 걸음을 띠는 자리였다.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첫 번째로 학위 표기형식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의대를 졸업하면 ‘의학사’가 되고, 의학전문대학을 졸업하면 ‘의무석사’가 된다.” 이 개념에 따르면 똑같은 교육을 받고 졸업을 하는데 의대를 나오면 의학 석사를 거친 후 박사를, 의학전문대학을 졸업하면 대학원 박사과정으로 바로 간다. 배우는 의학내용은 같은데 각기 달리 적용되는 학위표기 방식에 대해 그동안 누구도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부분이다.

두 번째로 석·박사 취득을 소위 스펙 쌓기로 여기는 문제점이 지적됐다. 자기과시를 위해 학위를 취득하고, 대학은 경쟁적으로 대학원을 증설하고 있다.

학문연구보다는 학위 취득을 주된 목적으로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다 보니 많은 비용과 노력의 낭비를 초래하고, 의학계의 신뢰를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전공의 수련과정의 기간 중 석·박사 과정을 병행하는 것이 물리적으로나 시간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지적이었다. 더 나아가 박봉의 전공의들이 대학원의 등록금에 치여 경제적으로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심하게는 레지던트를 벗겨먹는 대학원제도라고도 말하는 이도 있다.

사회의 어느 부분이든지 개혁(reform)을 하기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한 후 문제점을 노출시키는 용기가 필요하다. 환경과 사람을 보지 말고 문제점을 함께 공유해야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의사들 사이에서는 석·박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모두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쉽게 고양이 목에 방울을 걸기 힘들어 하는 부분이었다. 교수들이 몸담고 있는 교육기관의 문제여서 더욱이 말을 꺼내기가 힘든 부분이었을 것이다. 이 벽을 뛰어 넘는 용기를 보여준 분들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의평원에서 의학교육 개혁을 위한 움직임은 학부과정(Basic Medical Education, BME), 졸업 후 교육(PostGraduate Medical Education, PGME), 전문직업성개발 평생학습 과정(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CPD) 등 여러 곳에서 추진되어 왔다. 대표적인 것이 의과대학교육평가를 정착화 시킨 일이다.

처음 평가 작업을 도입할 때 있던 저항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일고 있는 의학교육 개혁 물살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 버렸다.

의과대학 평가작업 이후 추진되고 있는 것이 졸업 후 교육과정인 전공의 수련과정에 대한 개혁 작업과 그동안 연수교육으로 알려진 전문직업성개발 평생학습 과정(Continuing Professional Development, CPD)의 인증 작업이다. 특히 이런 일련의 개혁을 추진하는 리더들이 대거 각 직역의 리더그룹으로 부상하면서 의학교육에 대한 개혁 작업이 더 힘과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의학교육 개혁 작업들이 잘 진행되어 국민의 신뢰와 우리 모두의 자부심으로 발전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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