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대한의학회 부회장
지난 20일 대한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끝났다. 추무진 당선자의 리더십을 기대하고, 의료계의 어려운 앞길을 잘 이끌어 주기를 바래보지만, 투표에 참여한 사람의 수를 보면 의협의 앞날이 어찌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

회장 후보를 다섯 명이나 낸 회원 11만 명이 넘는 단체의 선거 참여 인원이 겨우 만 명을 웃도는 수준이다. 그것도 지난 보궐선거의 참여율이 낮다고 3년간 회비 두 번 낸 사람도 투표권을 줘야한다는 주장에 밀려 연속 3년간 회원의 의무를 다한 사람만 투표에 참여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시행한 결과이다.

당선자의 득표가 겨우 3000여 표. 그것도 차점자와의 표차는 100표미만이다. 이런 결과를 놓고 보면 누가 당선되었어도 그들의 거창한 공약이나 의지와는 달리 각개 분산한 11만의 단체를 끌고 가는 것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경쟁자 끌어안고 조직력 결집해야
선거 기간 중에야 서로 각을 세워 고함을 쳤지만, 함께 선거를 치렀던 경쟁후보를 끌어안고 가지 않으면 앞으로의 3년이 더욱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 한의사의 현대의료기 사용, 의약분업의 재조명 등 산적한 문제가 많은데 이렇게 조직력이 집결 되지 않아서야 회장단이 힘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와중에도 대의원회 의장은 ‘대한의학회는 나가라’는 개인적인 의견을 고집하고 있으니, 아무리 참여율이 낮은 단체라고 해도 대표적 산하단체인데, 그리 막말을 해도 되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지난 수년간 의학회 파견대의원으로 의협대의원회 법정관위원회 일을 지켜보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사람 저사람 툭하면 정관을 변경하자는 말이었다. 정관이 뉘 집 하인도 아니고…. 정관이란 것이 나라로 말하면 헌법에 해당하는 것인데, 정기총회 때가 되면 각 시도지부와 산하단체에서 수십 개의 정관 개정안이 올라오고, 직접선거다 간접선거다 해서 임시총회를 열 때마다 돈은 돈대로 들여가면서도 얻은 것은 하나도 없다는 생각이다.

소모적이고 득이 없는 논쟁 이제 그만!
‘이런 소모적이고 득도 없는 일을 반복하니 회원들이 관심을 갖겠는가’ 하는 걱정이 늘 앞섰다. ‘그들만의 리그’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지 않는 것은 너무도 인간적인 판단이 아닐까? 이렇듯 자신들의 중앙회에 냉담해진 회원들을 어찌하면 끌어 모을 것인지가 이번 회장의 회기 동안에 주어진 큰 임무 중의 하나라 믿어진다.

작년 말 거창하게 화합과 대통합을 내세우며 만들었던 정관 개정안도 보건복지부의 빨간 잉크로 얼룩진 개선안을 받아들고는 얼굴 붉히면서 원안대로 해달라고 해봤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매년 아니 한해에 두 번 세 번 정관 개정을 해대는 단체를 관할하는 기관이 이런 행태를 보이는 우리 단체를 얼마나 우습게 볼 것인지는 우리끼리 생각해 봐도 쉽게 알 수 있지 않을까?

무원칙하고 잦은 정관개정 문제
나라가 한해에 두 번 헌법을 개정하겠다고 총선을 치르면 국민들이 나라를 신뢰하겠는가? 의협의 신뢰도 하락의 큰 원인이 바로 무원칙하고도 잦은 정관개정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믿는다. 1년에 걸친 토의와 논의를 거친 정관개정 특별위원회의 개정안이 법정관위원회를 통과하여 대의원총회에 올라가도 전체의 문맥도 파악하지 못한 몇몇 대의원의 이기적 큰소리에 편승하여 내용이 바뀌어 통과되고, 또 그것이 짧은 생각이어서 잘못되었다고, 문구 몇 자를 다시 조정해서 임시총회 열어 재개정 승인 요청을 하고, 이렇게 하려면 무엇 때문에 1년이 넘게 바쁜 변호사 4명을 들들 볶아가면서 정관개정 특별위원회를 운영하는가? 그냥 현장에서 대충 고치고 또 바꾸면 되는 일을 가지고. 그리고 거기 들어가는 비용은 또 어쩌라는 것인가?

협회 시스템 운영 전면개혁 시점
이제 우리는 협회의 발전을 위해서 시스템 운영 방식을 전면적으로 개혁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안정된 조직운영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하는 시점이다.

누가 잘못했는지 공과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모두 우리 조직을 위해 아무도 헌신하지 않았다. 독선적 회장도, 비타협의 의장도, 회비를 내지 않는 회원도, 독자적 길을 가는 의학회도, 힘을 보태지 않는 병원협회도 모두 따지고 보면 한 솥밥을 먹는 식구들인데 모두가 서로에게 불신과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이제는 이런 구태를 타파하고 화합을 통해 전체 회원의 뜻을 모아 정부의 과도한 간섭에 정책적인 대안을 가지고 대응하는 큰 걸음을 보여 줄 것을 신임회장에게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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