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정부의 의약품 리베이트 규제 명분
정부가 바라보는 의약품 리베이트의 해악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민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개연성이 높다. 환자 최적의 의약품보다 리베이트가 큰 의약품이 선택·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행위별수가제하에서는 처방이 많을수록 리베이트 금액도 커지므로 과잉처방 우려가 상존한다.

둘째, 소비자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 리베이트라는 경제적 이익이 약값을 실질적으로 부담한 환자나 보험자에게 환원되지 않기 때문이다. 나아가 리베이트가 처방권자나 구매대행자(요양기관)의 이익으로 귀속되는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셋째, 제약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다. 부당한 방법의 리베이트 경쟁은 정당한 방법의 가격경쟁과 품질경쟁을 차단한다. 경쟁질서가 왜곡되면 우수한 제품이 오히려 리베이트 제품에 밀려난다. 결국 신약, 신제품 개발에 투입되어야 할 기업의 R&D자금이 리베이트 비용으로 둔갑한다.

2. 리베이트를 근절해야 하는 현실적 이유
▲준법경영이 곧 이익경영인 시대= 리베이트 영업은 ‘앞으로 남고 뒤로 손해 보는 장사’임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보험의약품 시장규모 13조 원(2013년)을 기준으로 제약기업 수를 코스피·코스닥·외자 등 130개로 압축하면, 기업당 보험의약품 매출액은 1000억 원 규모이고, 순이익은 50억 원 내외가 된다.

그런데 이 순이익보다 더 많은 벌금액을 추징 받는 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공정위의 과징금 규모는 5억~80억 원, 검찰의 벌금구형과 국세청의 세금추징 규모 역시 최대 100억 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밖에도 행정처분(약가인하, 판매업무정지, 허가취소)과 형사처벌이 내려지고 있으며, 앞으로는 리베이트 품목의 보험급여 정지 및 퇴출로 수십~수백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그야말로 ‘장사 잘하는 것보다 벌금 등을 줄이는 게 최고경영자들의 지상과제(한스-파울 뷔르크너 미 보스턴컨설팅그룹 회장)’가 됐다. 제약인 모두가 준법경영이 곧 이익경영이 되는 시대임을 직시해야 한다.

▲더욱 촘촘해지는 리베이트 그물망= 리베이트 제약기업은 이제 숨을 곳도 없고, 요행을 바라기도 어렵다. 남윤인순 의원에 따르면, 2010년 11월부터 2013년 8월까지 리베이트 적발로 처분 받은 제약기업 수가 무려 84개에 이른다. 리베이트에 대응한 정부 부처간 공조체계를 강화한 결과다. 이로 인해 한번 적발된 리베이트 행위는 최소 3~4회에 걸친 중복 처벌을 받는다.

◇의약품 리베이트 관련 제재 법규 현황

관계법령

적용 기준

처벌 규정

적용범위

공정거래법 제23조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

시정조치, 과징금, 검찰고발

제약·도매

형법 제133,129조

형법 제357조

공무관련 뇌물공여죄 및 수뢰죄

배임증재죄, 배임수재죄

5년이하 징역, 10년이하 자격정지

5년이하 징역, 1천만원이하 벌금

제약·도매,

의사(공/사)

의료법 제23조의2

부당한 경제적 이익 취득 금지

2년이하 징역, 3천만원이하 벌금

이익몰수,가액추징,1년이내자격정지

의료인,

개설·종사자

약사법 제47조

부당한 경제적 이익 제공 금지

2년이하 징역, 3천만원이하 벌금

판매금지 행정처분(1월~허가취소)

제약·도매

건강보험법 제41조의2

약사법(경제적이익제공금지) 위반시

보험급여정지 및 삭제

제약회사

조세법

위법비용의 손금산입

세금징수(“상반된 고법 판례 존재”)

제약회사

정부는 지난 5년간 삼중, 사중의 리베이트 규제 그물망을 쳤다. 형법과 공정거래법에 근거하던 리베이트 금지법은 2010년 쌍벌제(의료법과 약사법) 도입, 2014년 투아웃제(건강보험법) 도입과 조세법 적용 본격화로 이어지고 있다. 이쯤해서 그칠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국회에는 리베이트 규제 그물망을 보다 촘촘히 하려는 다수의 입법안이 대기 중이다.

▲고객보호 없이는 제약기업 영위할 수 없어= 남윤인순 의원실에 따르면, 84개 제약회사 리베이트 행위 적발과 연계돼 행정처분을 받은 의사와 약사가 225명에 이른다. 현재 시점에서 이 숫자는 3~4배 증가한 것으로 추계된다. 리베이트는 제약기업 제1의 고객이자 일선 의료현장에 꼭 필요한 의사-약사들을 자격정지와 형사처벌이라는 극단의 상황으로 내모는 행위다. 이들을 올바로 보호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제약기업을 영위할 수 있겠는가.

3. 리베이트 해법으로서 자율정화시스템과 가격경쟁
▲높아지는 자율정화시스템의 작동 가능성= 타율규제는 그러나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리베이트 추방은 자율규제를 넘어 자율정화시스템의 작동으로 실현된다. 공정경쟁규약을 통해 자율규제에 집중해 온 제약협회는 2014년 ‘제약기업 윤리헌장 선포’를 기점으로 자율정화시스템을 확립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시스템의 작동 가능성은 높다. 주요 제약기업들이 윤리경영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그 신호다. 리베이트 사전관리를 위한 자율점검(설문조사) 계획도 시스템 작동 가능성을 높이는 청신호다. 일각에서 우려하는 ‘마녀사냥’이나 ‘여론몰이’는 없을 것이다. 제약협회 리더십이 무너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구조적 문제 해결책으로서의 가격경쟁= ‘매출감소’는 준법·윤리경영 실천 과정에서 반드시 거쳐야할 시련이다. 그러나 기업은 아무 기약도 없이 매출손실을 감내하고 있을 수 없다. 따라서 리베이트 없이도 매출을 증대할 수 있는 출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래야 리베이트 영업으로 유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

매출감소를 극복할 유력한 출구는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가격경쟁이다. 그러나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도에서는 저가로 거래하면 약가가 인하되는 패널티를 받는다. 이는 오히려 상한가 거래를 부추기는 역효과를 낼 것이다. 라면가격을 50% 인하하겠다는데 어느 라면회사가 one+one 전략을 구사한단 말인가. 이 모순된 실거래가 사후관리 약가인하제도부터 고쳐야 한다. 환자와 보험재정 그리고 의료기관 모두에게 이득이 되는 일이기에 더욱 그렇다.

▲ 장 우 순
한국제약협회 보험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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