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상선암은 ‘느린보암’이지만 느린만큼 끈질기게 환자 괴롭혀
암보험이 암의 운명을 알고 맞춤으로 적용되길 희망해 본다

▲ 홍순원
연세의대 병리과 교수
한국여자의사회 총무이사
오늘 법원으로부터 병리진단에 대한 사실 확인 질의서를 받았다. 보통은 다른 병리의사가 진단한 것이 맞느냐 안맞느냐하는 전문적인 질문을 받는다. 그런데 이번엔 상황이 좀 기이하다. 환자가 갑상선암으로 수술을 받았는데, 두달전에 암이라고 진단받은 상황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한다.

암환자인데 확진 말고 수술 전 진단이 궁금하다니 뭔가 색다르다. 이야기인 즉은 보통은 수술 검체를 검사해서 암으로 확진되면 암보험을 타면 되는데 이 환자 암보험이 환자가 수술 받을 때는 효력을 상실했다고 한다.

그래서 수술 전 진단의 확진일자가 중요해졌다고 한다. 환자는 수술 받기 두달전 어느 날에 검사를 하고 병리과에서 낸 최종 병리진단 결과보고서는 3일후에 나왔다.

그런데 주치의께서는 검사 당일에 암으로 진단되었다고 진단서를 작성하셨단다. 병리과에서 낸 최종 보고서는 3일후인데 왜 주치의는 검사당일에 암으로 진단되었다고 하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요지는 병리과에서 검사 당일에 구두로 진단했기에 그렇게 진단서를 작성한 것이냐? 하는 질문이었다.

병리의사는 환자를 직접 만나지 않고 환자의 몸에서 나온 세포나 조직을 가지고 진단하고 임상정보를 감안한다.

암보험이 생기고 나서 병리의사들은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판독실 밖에서 벌어진다.

병리의사는 세포검체로 조직검사와 달리 적은 검체로 제한된 조건에서 진단을 한다.

그러나 세포진단이 환자에게 수술이나 생검에 따른 신체적·심적·경제적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비교적 정확한 진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세포검사를 하다보면 충분히 암이라고 생각되는 소견이 있어 “암의심”이라는 진단을 받고 그 병변이 수술로 결국 암으로 확진이 되었다면 “암의심”이라는 진단을 했던 당시의 검체도 암이었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생각한다.

암세포가 되기까지 암 전단계가 있다. 일단 암세포가 되어도 이를 영상진단 장비로 찾아내는데는 일정한 크기가 되어야 한다. 일정한 크기가 되어 영상장비로 찾아지기 전에도 암이었는데 아직 암이라는 이름을 얻지 못한다.

그럼 영상장비가 찾아낸 순간에 암의 발생이 시작된 것인가? 암의 씨앗은 이미 오래전에 뿌려진 것이고, 이미 암이 되고도 많은 세월이 지나야 암으로써 찾아질 만큼 커지게 된다. 물론 암의 종류에 따라 그 속도감이 다르지만 갑상선암은 느린보암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두달전이나 1년전에 이미 그 씨앗이 있었던 것이고 적어도 두달전 어느날 뭔가 이상해서 검사를 하던 날에는 갑상선암은 존재했다고 본다.또 느린 만큼 끈질기게 환자를 괴롭히는 것이 갑상선암인 것을 암보험은 아는지 모르겠다.

갑상선암도 암이다. 갑상선암을 주로 보는 병리의사로써 갑상선암이 빨리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는 착한 암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질긴 암이다. 환자의 삶을 오랫동안 괴롭히는 암이다.

그렇기에 암보험이 좀 더 암의 운명을 알고 맞춤으로 적용된다면 TV에서 암 걸린 가장을 엄마를 걱정해주는 암보험 광고가 더욱 마음에 와 닿을 거라는 희망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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