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 스타틴 제제’ 등식 성립
‘리피토’ ‘크레스토’ 앞서고 ‘바이토린’ 추격 중
시장 지속 성장 전망…복합제 개발 주요 변수

현재까지 고지혈증치료제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이 ‘스타틴’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고지혈증 치료제로 스타틴 제제의 처방이 약 90% 정도 쓰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스타틴 외에 파이브레이트, 니코틴산, 에제티미브, 오메가3 지방산 등이 쓰이기도 하지만, 그 비율은 미비하다.

지난 1990년대 시장에 선보인 스타틴계 약물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가장 효과적인 약물로 평가받고 있다. 스타틴 제제는 몸 속 콜레스테롤의 80%가 만들어지는 공장인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저해시켜 혈관 내 LDL 콜레스테롤은 줄여주고, HDL 콜레스테롤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는 콜레스테롤을 합성시키는 특정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에 의해서 가능하다.

스타틴 제제는 몇 가지로 나뉘고 그 작용기전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토르바스타틴, 로수바스타틴, 심바스타틴, 프라바스타틴 등으로 나뉜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제 중에는 화이자의 아토르바스타틴 제제인 ‘리피토’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2013~2014년 리피토는 각각 1억 4000만정 이상이 처방됐다. 이어 로수바스타틴 제제인 ‘크레스토’가 뒤를 잇고 있다. 크레스토는 2013년 9600만정에서 다음 해(2014년) 1억정을 넘겼다. 복합제 중에는 심바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바이토린’이 가장 앞선 상황이다. 매년 5400만정이 팔린 것으로 조사됐다. 고지혈증 치료제 중 세 번째로 많은 처방을 하고 있다. 스타틴 제제의 약물을 총 합하면 2014년에 9억정 이상이 팔려 나갔다.

원외처방 조제액을 기준으로 봤을 때 2014년 리피토, 크레스토, 바이토린의 처방액은 각각 979억원, 781억원, 569억원으로 이 세 가지 제품만 합해도 2330억원에 달한다. 상위 10대 품목의 처방액이 4300억원 정도이니 세 제품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셈이다.

■ 국내 스타틴 시장, 리피트·크레스토 앞서고 바이토린 추격중

▲ 리피토
스타틴 시장에는 많은 경쟁제품이 있음에도 이 세 제품이 굳건한 이유는 뭘까. 장기간에 걸쳐 입증된 효능과 안전성이 그 답이다.

리피토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다. 1997년 리피토를 출시할 당시 이미 시장에는 4개의 스타틴 제제가 존재했다. 즉 5번째 스타틴 제제라는 핸디캡을 안고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하지만 리피토의 성장세는 무서웠다. 뛰어난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를 입증함으로써 출시 1년 만에 치료제 시장 2위, 현재는 치료제 시장에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리피토는 ‘터보스타틴’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리피토는 현재 전 세계 118개국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전문의약품 중 1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한 첫 번째 약물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는 1999년 출시된 이래 지금까지 약 4억정이 넘는 처방량을 기록하고 있다.

리피토의 국내 원외처방 조제액 자료를 살펴보면 2013년 936억여원에서 2014년 979억원으로 1000억 시장을 앞두고 있다. 이례적으로 특허 만료 이후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피토의 효과와 안전성은 8만명 이상 환자를 포함한 400건 이상의 임상시험인 ALPS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제2형 당뇨병 환자 2800여명을 대상으로 한 리피토 10mg과 위약을 비교한 CARDS 임상에서 리피토 복용군은 비치명적 심근경색증과 뇌졸중의 발생 위험을 위약 대비 각각 47%, 48% 감소시키는 효과를 나타냈다. TNT 임상을 통해서는 1만명의 안정형 관상동맥 심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80mg 투여군이 10mg 투여군에 비해 비치명적 심근경생즉와 치명적/비치명적 뇌졸중의 발생위험을 각각 22%, 25% 감소시켰다.

한국인 제2형 당뇨병 환자 44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MADEUS 임상으로 통해서는 8주차에 환자의 90% 이상이 LDL-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수치를 대한당뇨병학회와 국제 표준 가이드라인 기준을 만족하는 감소 효과를 보였다. 방대한 임상 자료를 통해 효과를 입증한 것이기에 그 효능에 대해 이의를 달 사람은 없는 셈이다.

▲ 크레스토
또 다른 강자 ‘크레스토’는 리피토의 견고한 아성에 도전을 진행 중이다. 워낙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효과를 인정받은 리피토와의 차별성을 획득하고자 리피토가 가지지 못한 적응증에 도전해왔다. 크레스토는 스타틴제제 대부분이 택하고 있는 CYP4503A4 대사 경로가 아닌 CYP450 2C9경로를 택했다. 스타틴 제제를 복용하는 많은 고지혈증 환자들이 고혈압 등 다른 만성질환을 보유하고 있는데, 만성질환 치료제들 중 일부가 CYP450 3A4를 통해 대사가 이루어지고 있어 약물 상호작용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크레스토가 택한 대사 경로는 약물 상호작용이 적어 여러 약물을 복용해야하는 환자들에게 안전하다는 것이 아스트라제네카측의 설명이다. 크레스토는 적은 용량으로도 강력한 LDL-콜레스테롤 감소 효과를 입증했다. 아토바스타틴 10mg와 크레스토 10mg을 비교한 결과 10명 중 8명이 크레스토 최회 용량인 10mg으로 LDL-콜레스테롤 목표치에 도달했다.

크레스토가 내세우는 또 다른 장점은 죽상동맥경화증의 진행을 지연시킨다는 점이다. 크레스토는 스타틴 제제 중 최초로 ‘죽상동맥경화증 진행 지연’의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는 고위험 관상동맥질환 환자를 포함한 ASTEROID, METEOR, SATURN 연구를 통해 죽상동맥경화증 완화 효과를 확인시켰다. 또한 JUPITER 연구를 통해서는 기존 스타틴 1차 예방 연구에서 효과를 보지 못한 여성환자를 대상으로 최초로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위약 대비 46%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0년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라는 국내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크레스토 관계자는 “후발 주자이다 보니 기존 치료제보다 더 좋은 효능을 입증하고자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기획했다”며 “이를 통해 크레스토가 기존 스타틴 제제보다 비용 효과면에서나 HDL-콜레스테롤을 높이는데도 탁월한 효과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 바이토린
시장 No.3 ‘바이토린’은 스타틴에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복합제다. 기존 단일 스타틴 제제의 장점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추가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바이토린은 이중억제 기전으로 강력한 콜레스테롤 강하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스타틴 제제 모두가 간에서 LDL-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고 있지만 소장에서는 흡수를 억제시키지 못하는 반면, 바이토린은 소장에서의 흡수도 억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스타틴에 에제티미브 10mg을 병용하면 스타틴을 3번 증량했을 때와 유사한 LDL-콜레스테롤 강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량의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으면서 LDL-콜레스테롤을 효과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바이토린 관계자는 “스타틴을 고용량으로 사용하는 경우 당뇨 발생의 위험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 바이토린은 스타틴 고용량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의 위험을 감소시킨다”며 “스타틴만이 아닌 비스타틴 계열로도 심혈관질환을 줄일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약물”이라고 말했다. 이는 급성 관성동맥증후군(ACS)를 경험한 적이 있으면서 LDL-C 수치가 125mg/dL 미만으로 유지되고 있는 1만80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IMPROVE-IT 임상을 통해 입증됐다.

심바스타틴 단일 복용군과 스타틴/에제티미브 병용군으로 나누어 7년을 추적한 결과 바이토린을 복용한 환자 중 32.7%가 연구의 일차 종료점인 심혈관계원인에 의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심바스타틴 단독 요법군에서는 34.7%가 경험했다. 바이토린 복용군의 상대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율은 6.4%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비스타틴 제제 최초로 에제티미브를 스타틴과 병용한 바이토린이 1차와 2차 종료점을 모두 만족했다”며 “LDL-C수치를 낮추면 심혈관계 사건 발생을 감소시키는 이점과 함께 안전성을 입증한 것이 주목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 지속 성장 전망… 복합제 개발이 주요 변수

향후 고지혈증치료제 시장에는 어떤 변수가 존재할까? 조심스럽지만 현재의 스타틴 단일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복합제가 나오느냐에 따라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은 시장에 나온 순서대로 줄을 서있는 형국이다.원외처방 조제액 자료에 따르면 ‘리피토’가 1000억원에 육박한 979억원으로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어서 ‘크레스토’가 800억원을 기점으로 오르락 내리락하고 있다. 3위 ‘바이토린’은 570억원 정도로 600억원을 넘보고 있다.이어서 종근당의 ‘리피로우’가 416억원, 건일제약의 ‘오마코’가 388억원, 유한양행의 ‘아토르바’가 362억원, 동아에스티의 ‘리피논’이 283억원 정도로 뒤를 잇고 있다.

한편 1~3위의 약가는 조금씩 차이가 있어 장기간 복용을 고려할 때 약가는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같은 용량인 리피토 10mg, 크레스토 10mg의 약가는 각각 663원과 800원이다. 바이토린은 10/10mg의 약가가 995원이다.다만 크레스토는 가장 적은 용량의 5mg(452원)도 보유하고 있다. 환자 상황에 따라 어느 약제의 어느 용량을 선택하는지도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다.

상위권이 굳건하지만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은 만큼 후속 제품 개발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은 매년 10% 정도 성장하는 유일한 마켓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다른 약물에서도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복합제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MSD는 바이토린에 이어 최근 아토르바스타틴과 에제티미브를 결합한 아토젯의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이어서 유영제약이 개발한 프라바페닉스(프라바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는 지난 해 66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에 비해 140% 증가했다. 여기에 녹십자와 애보트가 공동 개발한 콜립정 또한 심바스타틴에 페노피브레이트 성분을 합한 제품이다. 고지혈증 복합제 중 3번째 작품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굳건히 상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피토와 크레스토의 뒤를 이을 차세대 치료제는 복합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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