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고려대 의대 의인문학교실 교수

현대의학은 어디서 유래하였을까? 하늘에서 어느날 뚝 떨어진 것일까?

설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가 차곡차곡 쌓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생활의학, 전통의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점차 과학화 되어 오늘에 이른 있는 것이 현대의학이 아닌가 여겨진다.

여기서 말하는 전통의학이라 함은 그리스 희랍에서 유래한 오래된 의학지식과 종교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서양의학의 암흑기에도 끊임없이 지식을 쌓아온 이슬람의 의학 지식 그리고 중의학, 한의학으로 대표되는 극동 지역의 의학지식, 동남아시아와 인도 지역에서 유래한 여러 가지 의학지식이 모두 어울려서 근세 유럽의 과학 혁명기를 거치며 다듬어지고 20세기를 지나면서 더욱 세분화되고 심화되었으며, 이들 모두의 합이 인류의 건강과 행복이라는 꽃을 피워 21세기 현대의학이 된 것이라 믿어진다.

그러면서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런 지식을 교육하고, 실행하는 제도를 한 개의 제도로 묶어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의학이 발전하며 과학화 되던 같은 기간 동안 교통수단도 급격히 발전 하였는데, 마소의 힘을 빌린 마차에서, 엔진을 사용하는 자동차의 시대가 오고 자동차는 점점 발달하여 자동차만 고속으로 다니는 길이 생겨나고, 여기에는 자전거도 오토바이도 들어 올 수 없게 되었고, 또 이런 교통 수단을 운전하는 데는 면허라는 제도가 필요하게 되었다. 왜 면허를 만들게 되었을까? 위험하니까, 이런 교통 수단을 이용하다 자칫 잘 못하면 타인의 생명을 앗을 수 있는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위험 요소가 내포된 여러 가지 기술에 대해 국가는 일정한 교육과 검증을 통해 면허를 부여하여, 면허를 가진 자만이 그 기술을 쓸 수 있도록 배타적인 권리를 주게 된 것 일지다.

우리 조상님들이 100년 전에 쓰던 것들 중 지금도 원형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한옥이 그럴까? 알아보니 전통적 의미의 한옥을 요즘은 짓지 않는다고 한다. 모양은 같아도 많은 새로운 기술이 쓰이고, 불편한 부분은 개선되고 하였다는 것이다. 한복은 어떨까? 요즘은 명절에도 한복을 잘 입지 않으니 옛날 같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변함없이 전통을 지키며 옛 것을 주장하는 것에는 그럼 무엇이 있을까? 한의학이 그런 것 아닐까? 한의학은 아직도 그들의 의학이론의 기본을 황제내경이나 동의보감에서 가지고 오고 있지 않은가? 요즘 발간되는 한의학 책을 읽어보면 어찌된 일인지 질병에 대한 이론은 모두 현대의학의 최첨단 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하고 나서는 정작 약제는 국산인지 중국산인지 봄에 난 것인지, 가을에 난 것인지 알지도 못하는 유통과정도 알 수 없는 많은 약초들을 처방 내고 있는 것 아닌가? 물어보고, 살펴보고, 진맥하고 그리고 처방하는 그 방식도 아마도 100년 전과 바뀌지 않고 지금도 쓰이고 있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화석을 바라보고 있는 느낌이다.

한의학을 과학화한다고 하는데, 한의학을 과학화한 것 바로 그것 현대의학이다. 전통의학이 과학화 된 것이 의학이고, 그것이 지금 널리 쓰이고 있는 것 아닌가? 한의학만을 따로 두고는 과학화를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면서도 이것을 논의하지 않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 때문인가? 이번 정권이 그렇게도 사랑하는 의료의 산업화는 의료의 일원화와 함께 가야하는 것이다. 그래도 아니라면 그것은 지극히 정치적인 견해나 판단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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