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효정
의학신문사 부설 인지발달연구소장
인천 어린이집에서 4살배기 여아를 때리는 모습이 담긴 CCTV 장면을 볼 때마다 심장이 내려앉는다. 우리나라에서 1979년 ‘세계 아동의 해’ 를 시작으로 아동에 대한 시각의 전환, 아동복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아동학대 고발센터’ 가 발족되었다.

국민들, 아동학대 장면에 ‘충격’

하지만 2015년 1월.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영화 속 연출이 아닌 실제 장면이라 더 충격적이다.

일반적으로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은 아동들은 애착이 손상되고, 주변 세계에 대한 내적 신념이 손상되어 타인과 신뢰성을 쌓기 어렵고, 자신을 무능하다고 인식하며 낮은 자아존중감과 사회적 불안·위축·강박 및 우울성이 생기고, 공격성과 낮은 사회성 등 다양한 문제를 동반한다. 더 나아가 청소년기에도 비행이나 반사회적 행동 등 부적응 문제를 초래한다.

이러한 문제는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폭행의 횟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러한 환경에 노출이 되었다는 점으로도 충분히 부정적이다. 폭행을 당한 후 울거나 아픔, 놀라움보다 더 혼날까봐 두려워 자신이 뱉은 음식물을 주워담는 모습은 이미 그러한 상황 속에서 적응하는 법은 터득했으며, 아픔을 느끼고 우는 것은 감정의 사치라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폭행이나 학대는 외부적인 요인의 영향보다는 가해자의 내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특히 자신의 뜻에 따라하고 순종해야하는 연약한 아이들이 내부적 작용에 대한 희생양이 되어버린다.

왜 가해자는 자신의 내부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분노, 우울 등을 과도하게-대상에 따라- 분출하려는 것일까? 그들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부터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첫 걸음이다.

가해 보육교사는 상습 폭행이 아니었다고, 교육의 목적이었다는 말로 교묘하게 빠져나가려 한다. 마치 ‘아이가 김치를 뱉었기 때문에 때린 것이지, 나는 교사이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때린 것’ 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전혀 무엇이 문제인지, 왜 이런 일이 생겨났는지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이는 요즘 이슈 되고 있는 가해자들이 하나같이 보이는 패턴이다.

현대식 명언으로 ‘참을인 세 번이면 호구’ 라고 한다. 하지만 사람의 뇌는 짧은 시간동안 많은 자극과 반응이 순식간에 일어난다. 수십 가지의 단어와 떠오르는 영상들이 과연 행동으로 옮길 때에 올바른 선택인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으로 사건을 접근할 수 있는지 장담 할 수 없다. 그러기 때문에 상황을 파악 하고 문제해결을 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바쁜 현대인에게 세 번이 길다면 적어도 한번이라도 참아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호구가 되지 않으려고 참지 않고 행동한 결과는 참혹하다. 그 결과를 고스란히 평생의 멍으로 지니고 사는 사람은 본인이 아닌 결국 타인이 되어버렸다. 그러곤 자기 살 길을 찾기 위해 술 때문에, 우울증 때문에 또 외부요인을 찾아내려 혈안이다. 하지만 행동의 책임은 본인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

충동조절장애 환자수 크게 늘어

요즘 일어나는 사건들의 주범자 심리를 종합해보면, 순간의 상황에 대해 과대한 피해의식을 느끼거나 명백한 동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행동으로 이를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은 충동조절장애로 분류할 수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09년 3720명이었던 충동조절장애 환자수가 2013년 4934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조절장애는 일단 스트레스 상황이나 긴장 상태에서 각성이 고조되고 충동적 행동을 한 후 일시적인 쾌감이나 다행감, 긴장의 해소를 경험한다. 그리고 타인에게 가해진 자신의 신체적·정서적 학대, 폭언 등 행동에 대해서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지 못하고 자책, 후회, 죄책감이 없는 편이다.

이러한 심리상태를 역이용하여 가해자는 마음읽기를 통해 죄책감, 자신의 죄를 깨닫고,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떤 상황을 초래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내가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은 곧, 경 험이다. 물론 불에 데어봐야 뜨거운 줄 아느냐 싶지만 소소한 행동이라도 그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지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이 있다면 큰 불로 번지기 전에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부터 공공예절교육 중요

가정교육에서부터 음식점에서 뛰다가 뜨거운 음식에 덴다면 음식점 주인에게 소리칠 것이 아니라 아이의 행동을 조절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해줘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아이는 뜨거운 음식이 있는 식당, 공공장소에서는 뛰면 남에게 피해가 간다는 기본예절을 배우게 된다. 만약 부모가 식당 주인에게 소리 치는 것을 본 아이라면 앞으로도 자신의 잘못을 회피하고 피해의식에 대한 충동조절을 하지 못해 쉽게 분노하는 나쁜 사람이 된다.

이외수 작가의 ‘청춘불패’ 에서 “나쁜 사람은 나뿐인 사람이다” 라고 정의했다. 이기적이고 개인주의적 성향의 나밖에 모르는, 나의 감정, 자존심, 나의 논리만 맞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다. 좋지 아니하며, 옳지 아니 하고, 건강 따위에 해로운 나쁜 사람이다. 나뿐인 사람이 결국 타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과 분노, 상황에만 몰입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인천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으로 보육기관에 대한 철저한 규제와 감시, 교사 전문성과 인성에 대한 교육 방침, 학대에 대한 체벌 등 법적·제도적 장치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충동적 과잉행동과 나뿐인 개인주의적 성향의 결과가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평생 피해자의 고통과 아픔을 기억하고 되새기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선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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