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지태
고려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
갓 쓰고 곰방대 물고 시골 길을 걷던 아저씨가 어느 날 저자거리를 걷다가 가만 보니 뚝방 넘어 저편에 새로 뚫린 고속도로 위로 커다란 차가 지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차가 쌩쌩 달리는 것을 온종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더니, 자기도 저것을 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는 고속버스 맨 앞자리에 타봤습니다. 가만 보니 운전수가 하는 일이라고는 둥그런 핸들 잡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발로 뭔가를 밟았다 떼었다 하는 것 이외에는 별 것이 없어 보여서, 아 저 정도는 나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운전을 해보겠다고 하니 면허가 필요하다. 그것 참 별것도 아닌 일에…. 그래도 법이 그렇다고 하고, 또 덩치 큰 차는 면허 따기도 복잡하니, 그냥 동네 나가서 원동기 면허를 땄습니다. 몇 년 오토바이 타고 다니며 속도도 좀 내보고 하더니 운전 이거 정말로 별거 아니란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서 이 아저씨가, 나도 운전 좀 해봤으니 고속버스를 좀 몰아보겠다고 떼를 쓰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면허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하니 면허를 딸 생각은 안하고, 꿍꿍 앓으며 생각해낸 것이 원동기 면허 가진 사람들 다 모아서, 버스 만드는 회사를 부추기면 되겠다 싶어서 ‘니들이 정부에 힘 좀 써서 우리도 그냥 차를 몰고 다니게 해 달라’고 조르니, 버스 회사는 허허 이 무식한 정부 상대로 로비 한번 잘 하면 차를 꽤나 팔아먹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몇 차례 쑤셔보니 정부에서는 선거도 다가오는데 저들이 운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에라이 시끄럽게 굴면 골치 아프니 ‘그래 옜다! 대신 니들 선거 때 우리 꼭 찍어 주는겨?’ 하면서 덜컥 허락을 해주니, 버스 기사들은 기가 찰 노릇이 된거라. 버스 기사들이 머리에 띠 두르고 광화문에 나서서 목소리를 높이니, 교통부가 나서서 ‘언제 우리가 고속버스까지 운전하게 해준다 했냐?, 소형차 수준에서 막아 줄 터이니 제발 광화문서 머리띠 두르고 아우성치는 것은 하지 말아라’

‘허허’ 웃음이 나온 지금, 우리가 처한 현재 상황이 이 시나리오와 같지요?

이런 일이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세상 사람들이 받아들이겠느냐는 것인데, 아! 물론 대한민국은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요. 세상에 아니 자동차 면허도 구분을 하는데, 목숨을 다루는 의사면허도 구분을 안 하겠다는 발상을 하는 이 정부를 위해 세금을 낸다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것이지요. 미개한 것인지, 무식한 것인지, 그걸 쓰겠다고 덤비는 사람들은 또 뭔지, 그것을 쓰고 싶으면 의사면허를 다시 따든지, 아니면 허구한 날 광화문에 나서서 양·한방 면허 통합을 하자고 띠를 두르고, 삼청동으로 행진을 하든지….

도대체 국가가 면허를 내주는 이유가 뭔지 정부당국자는 생각들이나 하고 사는 것인지. 그러려면 아예 면허제도를 없애든지, 아니면 모든 국가의 면허를 다 통합하든지…. ‘아무 면허나 따서 3년 경험을 지니면 관련 면허를 모두 인정해준다. 그 관련성은 정부가 그때그때 봐서 정한다’ 이렇게 깔끔하게 법을 바꾸든지…. ‘웃기는 짬뽕이란’ 비속어가 갑자기 떠오릅니다. 그런데도 어떤 껄렁한 신문에서는 사설이랍시고, 의사단체를 질타하더군요. 또 욕 나오려는데….

우리말에 ‘죽어 봐야 알겠냐’ 와 ‘죽어도 모르겠다’ 는 말이 있지요? 마침 오늘 아침 대학시절의 친구가 “쥐가 쥐약을 먹는 이유가 뭐냐?” 는 질문을 해왔습니다.

당연히 모르겠다고 하니, “무식해서 먹는다” 하더군요. 그것을 먹으면 죽는 줄 알면 아무리 쥐라도 먹겠냐는 것이지요.

그런데 오랜 세월 사용해서 그걸 먹고 죽은 쥐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져서, 이제는 쥐들도 그게 뭔지 알 때가 되었는데도 쥐약이 변함없이 팔리는 이유는 아주 뛰어난 효과 때문이라네요. 그 약을 먹은 쥐는 반드시 죽기 때문에 다른 쥐에게 자기가 왜 죽는지를 가르쳐 주지 못하다보니 지식이 전수가 안 되서 그렇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안 되는 일을 꼭 죽어봐야 알겠다는 것인지, 죽어도 모르겠다는 것이지…. 환자의 안전을 위해 안 된다고 전문가들이 나서서 이야기하면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을 공복(公僕)이라고 하는 것이지, 안전 불감증으로 인해 지난 한해를 들어먹은 나라의 공무원들이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제 갈 길로 가면 그 사회가 과연 지속 가능한 사회가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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