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경
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이사장
고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
2015년 전공의 지원현황이 발표되었다. 여전히 흉부외과는 48명 모집정원에 절반도 안 되는 18명(40%)이 지원해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어제 오늘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기에 흉부외과의사들 모두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전공의 지원율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다른 과에 비해 묵묵히 진료만 하고 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을 보고 ‘씩씩하다’고 표현하는 분들도 있다.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자가 부족한 문제는 지역의료에서 더욱 심각하다. 대부분의 지방병원이 전공의를 한명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학문 후속세대의 단절과 연계되어 가까운 미래에는 전국의 환자들이 심장수술을 받으려면 서울로 올라와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 게다가 이미 가속화되고 있는 환자의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현상까지 합세하여 지역의료의 불균형을 넘어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의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권역 심장수술 전문센터의 건립은 시의적절한 시도이다. 병원 간의 제로섬 게임이 아닌 권역 간의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다른 지역의료의 롤 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역시 의료계가 단독으로 해결하기는 어렵기에 정치권의 혜안과 정부의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흉부외과수술은 증가하고 있다. 반면에 흉부외과 지원자는 감소하고 있다.수술이 계속 느는 이유는 인구의 고령화와 식습관의 변화 때문에 관련 질병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나라 인구 대비 흉부외과수술 숫자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이 선진국 반열로 진입해 들어갈수록 흉부외과수술은 늘어날 것이다. 게다가 첨단의학이기에 인공심장, ECMO(체외막산소화장치) 등의 새로운 기기와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수술도 늘어난다. 물론 통일이나 대량재난 등의 급격한 변수들도 수술이 늘어날 요인들이다.

생명을 다루는 대표적인 의료이면서 미래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 분명한 흉부외과가 이처럼 지원자가 없는 것은 심각하다. 물론 그 이유는 자명하다.비현실적으로 낮은 의료수가, 비합리적인 건강보험정책, 높은 업무강도, 무한 법적책임, 힘들고 오랜 수련기간, 불안정한 미래 등. 전국민 개보험이라는 자랑스러운 정치적 화두를 달성한 대한민국 의료제도의 한편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가 집중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흉부외과 의사들은 지금도 수술이 끝나고 나면 병원에서 환자를 지키고 있다.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흉부외과수술 성적이 세계최고 수준인 이유에는, 전공의가 없어서 교수들이 퇴근을 못하고 병원에서 먹고 자면서 환자를 직접 보기 때문이라는 눈물이 나는 해학이 있다.

문제는 흉부외과 진료를 버티고 있는 의사들이 고령화 되고 있다는 것이다.또한 연도별 65세 정년퇴직 숫자와 전문의 배출 숫자는 현저하게 비대칭 현상을 보인다. 예견된 재앙이 닥치게 방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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