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국
제약협회 커뮤니케이션실장 상무
# “아니 그 짧은 기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어떻게 했길래 지난번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었네요!” 요즘 즐겨 보고있는 모 지상파 방송의 주말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들이 감탄사를 연발했다. 혹평에도 불구, 잠재력에 대한 한 가닥 기대로 예선을 통과시켜주었던 한 출연자가 본선 라운드에서 완전히 달라진 노래실력을 선보이자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예상을 뛰어넘는 결과에 경연자 본인도, 이를 평하는 심사위원도 기쁨을 억누르지 못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모두를 놀라게 한 기적적인 변신이 그의 장점을 키우고, 단점을 보완해준 전문 강사들의 족집게 지도와 조력 그리고 당사자의 혹독한 연습과 몰입이 빚어낸 결과물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게다.오디션 프로그램에 별 관심은 없었지만 사춘기 두 딸과의 ‘소통’ 에 도움이 될까 싶어 TV앞에 앉았다가 반전의 묘미를 덤으로 얻은 주말이었다.

#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한국산 블록버스터급 신약이 2014년 현재는 하나도 없지만 그때쯤에는 3개를 보유하게 된다. 세계무대에서 인정해 주는 글로벌 신약개발도 0개에서 10개로 늘어난다. 지금은 글로벌 50대 제약사 리스트에서 한국 제약기업을 찾을 수 없지만 그때쯤 당당히 코리아의 브랜드를 단 2개 회사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다. 국산의약품 수출은 1.9조원에서 23조원으로 12배로 늘고, 의약품 수출시장에서의 점유율도 9배로 급증한다. 그때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제약 선진국이 되고(지금은 12위권), 제약산업이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에 대한 고민을 해결해주는 핵심산업의 한 축으로 위상을 확고히 구축하게 된다.

정부가 오는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의 비전을 담아 2012년에 발표한 ‘Pharma 2020’ 의 미래상이다. 단순히 꿈같은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모아놓고 별다른 실천의지 없이 국민 앞에 ‘아니면 말고’ 식으로 내놓은 것은 아닐 것이다.제약산업이 지닌 국부창출의 잠재력, 세계적인 흐름과 더불어 본질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산업이기에 반드시 지키고 키워내야 한다는 당위성에 기반하고 있다고 하겠다.

보건복지부가 2020년으로 가는 중간 길목이라 할 2017년 10대 제약강국 도약을 목표삼아 지난해 7월 제1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제약산업이 고부가치의 융복합 첨단산업으로서 국민건강권과 관련된 기간산업이기에 미국과 EU, 일본 등 선진국가에서도 국가 차원에서 제약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정부가 5개년 종합계획 발표이후 1년5개월만인 지난 3일 내놓은 보완조치에 대해서도 각론에 대한 아쉬움은 크지만, 국민과의 2020년 약속을 최대한 이행하기위해 노력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건강보험재정 측면에서만 제약산업과 약가문제를 바라보지 말고, 제약산업을 미래 먹거리산업으로 인정하는 연장선상에서 일관되고 예측가능한 정책을 펴나가 주기를 기대한다.

# 이제 곧 문을 열 2015년은 제약산업계로선 의미가 남다르다. 2020년 세계 7대 제약강국 실현을 위한 D-5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향후 5년내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와 국민건강권에 직결되는 제약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구축과 대도약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5년이라는 시간 역시 비전을 현실로 만들기에는 터무니없이 짧은 시간이라고들 말한다. 단지 시간의 길고 짧은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정부와 제약업계가 각고의 노력을 하더라도 시민사회와 언론 등 각계의 애정어린 관심과 성원 없이는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세밑에 불거져 나오는 의약품 리베이트 관련 사례들을 들어 제약 산업계가 구제불능의 범죄 집단인양 매도하기도 한다. 국내 제약산업계로선 참 곤혹스럽다. 그럼에도 리베이트 근절과 윤리경영 정착, R&D 투자를 통한 신약개발과 안전하고 우수한 의약품 생산 그리고 글로벌 진출이라는 소명을 망각할 수는 없다. 새해 초부터 또 다른 리베이트 관련 사건이 터져 나올 수도 있겠지만 시대 흐름을 망각한 일부 기업의 일탈 행위로 엄정하게 처벌하되 제약산업 전체의 자정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 노력에 대한 격려를 거두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마음 무거웠던 2014년의 끝머리에서, 아무리 상황이 척박해도 희망의 끈은 결코 놓지 말자는 주문을 걸어본다. 2020년 겨울 어느날 “도대체 지난 5년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 며 ‘Pharma 2020’ 실현의 기적에 감격해하는 꿈같은 일이 우리 대한민국에 일어나길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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