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균
한국병원경영연구원 연구실장
국내 병원의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과거 국내 의료성장이두 자릿수의 고성장 시대이었다면 이제는 확실히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었다. 심사평가원의 2013년 진료비통계를 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전년대비 2.5%, 병원은 3.5% 진료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2013년도 수가 인상치를 조금 웃도는 수치이다.

이처럼 전국민 건강보험의 통제된 수가체계에서 지난해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가 상급종합병원까지 확대 적용되었고, 초음파 검사 등 비급여 부문이 급여화되자 대학병원들의 경영에 비상등이 켜졌다. 결국 ‘빅5’ 로 꼽히는 대형병원들도 ‘비상경영’ 을 선포하고 위기경영을 선포하였다. 또한 올 8월부터 대학병원의 선택의사수 축소, 9월부터 기준병상이 상향조정 등으로 상급병실료에 대한 수입 감소 우려가 현실화 되면서 그 동안 금기시 되었던 인력구조조정이 거론되기 시작하였다. 즉, 그동안 대학병원에서 다다익선(多多益善)으로 생각하였던 임상의사(펠로우)에 대한 단계적인 구조조정 소식이 들리고 있다.

또한 수도권의 중소병원장들도 병원경영의 자구책으로 구조조정에 대해서 공동 대응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만들고 있다. 이 같은 일련의 사태는 그 동안 국내 의료산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 틀인 ‘의료산업=성장산업’ 이라는 방정식이 무너지고 있다.

이와 같은 국내 병원의 위기경영은 어느 정도 예견된 사태였다. 왜냐하면 1989년부터 전국민의료보험이 도입되면서 건강보험제도는 소위 3저체계(저부담, 저수가, 저급여)로 출범하였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이 진료비 할인제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적정급여(중증환자)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등장하면서 기존의 환자들이 부담하던 본인부담금은 건강보험급여로 편입되기 시작하였다. 그 결과 올 8월 부터 선택진료비와 상급병실료가 건강보험체계로 편입되기 시작하였고, 간병비는 포괄간호서비스로 대체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대부분의 의료서비스 공급을 담당하고 있는 민간의료기관(90%)의 예상되는 경영난에 대해서는 깊은 정책적인 고려가 없었다. 그동안 정부에서 정책시행과정에서 경험적으로 터득한 ‘하면서 배우기(doing & learning)’ 방식으로 비급여를 보험수가화 하였다. 즉, 제도의 선시행 후 추후 보완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과거에 의료시장에서 보험제도 변경에 따른 병원의 경영부담은 의료기관이 전적으로 책임지는 형태가 일반적인 과정이었다. 이 경우 의료기관들은 비용의 절감보다는 수익확대 또는 서비스 양적확대를 통해서 경영적으로 대응하였다.

하지만, 2012년도 이후 의료계에서 환자의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이 전략도 한계에 직면하였다. 입원환자들과 내원환자들의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의료기관들은 비용절감에 눈을 돌리고 있다. 즉, 기존에 의료계에서 금기시하였던 병실과 인력의 구조조정에 관심을 가지고 된 것이다. 하지만 거시적인 시각에서 국내 의료기관의 고용창출효과는 OECD국가에 비해서 큰 차이가 있다.

최근 OECD 국가들의 보건의료분야 인력고용비율은 9.2%인데 반해서 우리나라는 3.2%에 머물고 있다. 즉 OECD국가의 1/3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우리사회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면서 ‘고용문제’ 가 이슈가 되고 있는데, 이마저도 무너질 형편인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병원과 의료에 대한 접근시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사회가 저성장에 접어들면서 우리사회의 최대의 이슈가 ‘고용없는 사회’ 이 제일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도 이제는 의료기관의 경쟁력과 고용창출 효과에 대해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재 의료서비스는 국내 서비스산업 분야에서 유일하게 국가경쟁력이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의료전달체계의 3저 패러다임에서 적정수가와 적정부담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다.

국내 휴대폰 산업의 경우 끊임없는 기술개발을 통해서 고부가치화와 경쟁력을 구현했듯이 국내 의료계도 적정투자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이 시급한 시점이다. 이 같은 국내 의료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통해서 제약, 의료기기 등 관련 산업의 성장과 이를 통한 고용창출을 할 수 있도록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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