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평론가

이제 시에라리온으로 의료진이 파견되는 모양이다. 누가 가려고 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경쟁률이 4:1이란다. 의사뿐 만이 아니라 간호사, 의료기사 그리고 지원 요원까지도 자원자가 넘친다. 참 자랑스럽고 고마운 분들이다.

그 전에도 쓰나미나 지진 피해지역에 의료진이 파견되기는 했지만 재난구호가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파견은 질병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순수한 의료 목적의 파견이다. 더군다나 치사율이 높다고 알려진 감염병이 있는 지역으로 가는 거다.

재난구호와 감염병의 구호는 다르다. 재난구호는 현장을 떠나면 의료진의 안전이 보장 되지만 감염병은 현장을 떠난 후에도 발병하거나, 본국으로의 질병 유입의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우리는 외국의 감염병 구호에 관심이 없었다.

이웃인 중국이나 일본이 일찍이 의료진을 파견하고 병원을 건립할 수 있는 것은 그 동안 여러 차례 파견 경험의 결과다.

이번 파견에 관여하는 정부 부처는 보건복지부와 국방부, 외교부다. 외국과의 협력 때문에 외교부의 참여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외교부는 산하에 KOICA(한국국제협력단)라는 해외 봉사단체를 가지고 있다. 해외봉사에 관한한 외교부가 인원도 경험도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국방부는 해외파병을 통한 의료 활동에 경험이 있고, 모든 종류의 의료 인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인이라 해도 군인의 파견은 상대국 정부의 동의를 필요로 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나라 국회의 동의도 필요하다. 거기에 비해 복지부는 해외파견에 대한 경험도 인력도 가장 부족 한 편이다. 동원할 의료 인력도 마땅하지 않다. 복지부가 지원자를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부가 해외에 의료진을 파견하는 것은 생각처럼 간단치 않다. 정부가 하지 못하면 개인이라도 해야 하는데 혼자서 해외 의료 활동을 할 수는 없고, 단체에 가입해야 한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국경없는 의사회’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의료인 자신뿐만이 아니라 근무하고 있는 직장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어느 직장이 아무 때나 오랜 기간을 예고도 없이 결근하는 데 동의해 줄까. 해외에 의료진을 보내는 나라라고 의료여건이 좋고, 국내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다. 그래도 그들은 의료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에 의료진을 보낸다.

우리는 의료인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의료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달려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이번 기회에 정부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가치를 위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시에라리온에서 배워왔으면 한다. 언제까지 음악과 드라마로 한류를 유지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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