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병원을 만들자

석면과의 이별 준비해야

특별기고| 양재문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

▲ 양재문
환경부 환경보건관리과장
요즘 흔히 사람들은 “유병장수(有病長壽) 시대”를 살아간다고 한다. 평균 수명이 길어진 탓에 노년기를 예상치 못한 질병과 함께 오랜기간 동거하며 살아가다보니 무병장수를 꿈꾸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상치 못한 질병을 일으키는 물질로서 주목받는 물질이 있다. 바로 석면이다. 석면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석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석면이 주목받는 이유는 석면을 호흡할 경우 10년에서 길게는 40년간의 잠복기를 거쳐 석면폐증, 폐암, 악성중피종 등 심각한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기 때문이다. 그리스어로 “불멸의 물질”을 의미하는 석면(asbestos)은 인체에 흡입되어서도 사라지지 않고 결국에 병을 일으키는, 그야말로 이름값을 제대로 하는 물질인 것이다.

석면은 높은 인장력, 단열성, 방부성, 절연성, 방적성 등 우수한 성질로 인해 과거 약 5000년 전부터 램프 심지, 방화복, 이집트 미이라를 싸는 포대 등으로 꾸준히 사용되었다. 1800년대 중반 직포기 개발로 석면이 본격적으로 상업 용도로 사용되었으며, 단열재, 마찰재(브레이크라이닝), 지붕재, 천장재, 흡음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다. 과거 석면은 광물성 규산염이기 때문에 건강에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여겨져 오늘날처럼 유해물질로 취급되지 않았으나, 석면의 유해성이 알려지면서 세계적으로 석면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추세이며, 우리나라의 경우 2009년부터 국내 사용을 전면 금지하였다.

또한 석면안전관리를 목적으로 2012년 4월 29일 석면안전관리법이 시행되어 공공건축물, 다중이용시설, 의료시설, 노인 및 어린이시설 등의 소유자는 길게는 2015년 4월 28일까지 건축물 석면조사를 실시하여야 한다. 석면 조사를 통해 건축물의 석면건축자재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그 결과 석면건축물인 경우, 건축물에 사용된 석면건축자재의 위치·면적·상태 등을 표시한 건축물 석면지도를 작성해 건축물 유지·보수 공사 시 지도를 제공하여 작업 중 석면 비산을 방지하는 등의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또한, 석면건축물안전관리인을 지정하여 건축물을 관리하고 6개월마다 석면건축자재의 상태 평가 및 안전 조치를 취하도록 하여야 한다.

석면의 국내사용이 금지되고 석면안전관리 제도가 시행되었음에도 국민들이 지속적으로 석면에 의한 건강피해를 우려하는 이유는 우리가 생활하고 있는 건축물에 여전히 석면건축자재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도권 지역 대형 병원에 석면건축자재가 사용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실 2009년 이전 건축물에서 석면이 검출되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다만, 수도권 대형 병원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는 것은 병의 치료를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오히려 석면 분진에 노출되어 암이 유발될 수 있다는 역설적인 사실에 국민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것이다. 석면안전관리법 시행에 따른 석면조사 결과, 조사대상 의료시설 1532개소 중 1052개의 시설이 석면조사를 완료하였으며, 이중 47%인 499개소가 석면건축물에 해당되었다.

치유를 위해 병원을 찾은 환자와 보호자, 환자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의료진과 병원종사자 모두 석면으로부터 안전한 환경에서 건강하게 생활할 권리가 있다. 석면의 위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은 석면건축자재를 제거하고 비석면 자재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러나 입원 및 외래 환자의 지속적인 치료를 위해 당장 병원을 폐쇄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지자체의 석면건축물 점검 및 관리를 강화함으로써 석면 비산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여야 할 것이다. 병원 등 석면건축물 소유자는 석면 비산이 우려되는 장소의 폐쇄, 석면건축자재의 밀봉·씌우기·고착화, 진동·기류·누수 등 석면건축자재의 잠재적 손상 요인을 제거하여 석면의 비산을 방지하여야 한다.

석면건축물이 모두 해체·제거되기 전에는 석면건축물을 피해서 무석면 건축물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지하역사, 학교, 학원, 병원, 극장 등 그 어디에도 석면이 존재할 수 있다. 미국의 심장전문의 로버트 엘리엇(RobertS. Eliet)은 그의 저서(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에서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라고 했다. 우리는 석면을 피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즐길 수도 없다.

개인의 재산권 보호보다는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대의를 위해 건축물 내 석면정보는 모든 이용자에 투명하게 공개되고, 이용자는 건축물의 훼손을 예방하여 안전하게 이용함으로써 석면에 의한 건강피해를 예방하여야 할 것이다.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인 것처럼, 석면피해 예방의 시작은 건축물 석면정보를 공유하고 안전하게 사용하는 것이다. 모든 석면건축물이 해체·제거될 때까지, 석면으로부터 안전하고 건강한 삶의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석면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하는 현대인의 자세임을 명심하자.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