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정서 맞는 ‘맞춤형 복지’ 제시


30년간 국책연구원에서 쌓은 복지 철학과 실천적 의지 담아
보수와 진보의 복지담론 수용…지자체·공동체 적극 참여 주문

▲ 복지담론
최병호 著 / 이미지북 刊 / 정가: 16000원
복지가 이 시대의 과제로 우리들에게 성큼 다가왔다. 지난 2011년 총선과 2012년 대선에서 연이어 보수여당이 파격적인 복지공약을 내세우면서 국민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었다.

소득격차 심화와 양극화 현상이 구조화되면서 복지는 곧 표로 연결될 수 있는 손쉬운 정치적 해법으로 부상하였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재원조달에는 많은 이해관계들이 상충되기 마련이고 복지정책 하나하나 마다 보수와 진보의 생각이 다르고 사사건건 정치적인 이해가 충돌한다. 이미 복지에 많은 돈이 들어가고 있지만 복지논쟁에 들이는 사회적 갈등의 비용 또한 커지고 있다. 복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혹은 대타협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런 때에 최병호 원장이 최근 내놓은 칼럼집‘복지담론’은 시의적절하다. 저자가 일간지와 방송에 기고했거나 인터뷰했던 내용을 한데 묶은‘복지담론’(이미지북 간행, 304쪽)이 그 책이다.

저자는 30년간 국책연구원에 몸담으면서 대통령이 7번 바뀌는 과정에서 꾸준히 복지정책을 지켜보고 연구해왔다. 보수와 진보 정부의 복지정책을 체험하면서 쌓은 저자 나름의 복지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쏟아놓았다. 저자는‘복지담론’이란 표제를 붙였지만 담론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실천적 의지를 강하게 담고있다.

‘복지정책 디자이너 30년 최병호 칼럼집‘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저자는 무엇보다 서구식 복지모델 보다는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복지를 주창하고 있다.‘보편적 맞춤형 복지가 답이다’에서 그는“진보와 보수가 만나는 접점인 보편적 맞춤형 복지가 해답”이라고 대안을 내놓는다.“국민 누구나 위기에 빠졌을 때 국가가 곁에 가까이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것이 복지”라고 정의하고 있다. 사회안전망은 가정과 사회의 기반을 튼튼히 담보하는 사회간접자본으로 인식한다.

저자는 경제학자이다. 글의 여러 군데에서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복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사회안전망의 토대 위에 개별적으로 필요한 복지수요를 채워주는 맞춤형 복지를 잘 조화시켜야 한다고 제시한다.

‘복지담론’을 관통하는 기본적인 철학에서 저자는 따뜻한 보수주의자, 혹은 합리적 진보주의자임을 느끼게 한다. 보수와 진보가 주장하는 복지담론을 수용하면서 합의가능한 해법을 제시하고자 고심한 흔적을 발견한다. 복지를 국가가 온전히 책임지는 국가복지 보다는 지방자치단체와 마을공동체, 신앙공동체가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주문한다. 신라시대 이후에 면면히 이어온 마을 중심의 복지를 재건하자는 것이고, 풀뿌리 복지가 복지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현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이 서구화되고 있지만 우리 전통정신과 함께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복지를 찾아내자는 제안이다. 이를 위해 그는‘증세없는 복지 가능한가’‘집안살림과 나라살림’‘중앙과 지방의 복지분담 해법’‘건강한 복지사회, 미래의 복지한국을 꿈꾼다’등을 통해 우리가 가야할 복지상을 차분히 설득하고 있다.

▲ 서상목
인제대 석좌교수
전 보건복지부 장관

저자는 의료와 건강, 건강보험 연구에도 깊은 내공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칼럼집에서도 일반인에게 복잡하게 비쳐지는 의료정책과 의료개혁 문제를 무난하고 설득력있게 풀어나가고 있다.

‘의사 파업,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의료시장 진화해야 한다’‘의료개혁 10년, 잃은 것과 얻은 것’‘의료민영화가 뭐길래’등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충돌하는 지점에 서서 균형을 잡아나가려 애쓴 흔적이 역력하다.

한편 칼럼집의 마지막 장인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틈틈이 데생한 수준 높은 삽화들에서 저자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자신의 주변 가족과 지극히 평범한 일상생활을 바라보면서 느낀 그대로 스케치해 나간 삽화 10여편이 읽는 이로 하여금 저자의 따뜻한 인품과 조용한 지적 취미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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