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평론가

가끔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소통하는데 언어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소통에서 언어적 소통보다는 비언어적 소통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대화를 하고 있는 장소나 시간은 물론이고, 상대방의 억양이나 표정, 몸짓 등이 언어의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미 많은 정부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을 했고, 내년부터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같은 산하 단체들이 지방으로 이사를 간다고 한다. 앞으로 산하단체 직원들은 서울과 정부중앙부처가 있는 세종시를 오가며 회의를 해야 한다. 시간도 많이 걸릴 뿐 더러 체력낭비도 심하다.

그래서 대안으로 나온 것이 화상회의인 모양이다. 화상회의는 화상회의 전용선이 깔려있지 않으면 보통 인터넷 선을 이용한다. 그런데 인터넷 사용이 많은 시간에는 회의 도중 간혹 영상이 끊기거나 소리와 영상이 따로 오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무선을 이용하면 더 심해진다. 영상은 마이크를 켜는 사람을 카메라가 잡게 돼있어 말을 하고자 할 때는 다른 곳의 사람과 겹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 발언순서를 미리 정하지 않으면 회의진행이 어려울 수가 있다.

발언을 시작해도 카메라가 화면을 잡는데 시간이 걸린다. 기껏 시작한 발언도 서로의 화면이 끊기거나 소리가 따로 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화면에 곧 보이지 않으면 맥이 빠진다. 토론이 필요한 회의에는 적합지 않은 기술인 셈이다. 발언하는 사람입장에서는 발언을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의 반응을 알 수가 없다. 당연히 분위기 파악이 안 된다.

화상회의는 토론보다는 지시에 적합한 기술이다. 형식은 회의지만 지시를 전달하는 조직의 회의에서나 유용한 기술이다. 화상회의는 모두 녹화된다. 회의록은 결정사항만 기록되지만 화상회의는 발언뿐만 아니라 표정까지도 기록된다. 증거가 확실히 남게 된다.

현실에서는 회의가 끝난 후가 진짜다. 회의내용이나 다른 업무와 관련해서 자문을 구하거나 협조를 구할 사안이 있을 경우 회의가 끝난 후 그 자리에서 관련자들끼리 개인적으로 의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담당자들의 업무는 그렇게 처리 된다. 공문은 그런 상의가 있는 다음에 보내는 거다. 그래서 화상회의를 해본 사람들은 회의수단으로써 화상회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소통이 중요한 시대라고 한다. 소통은 만나서 얼굴을 맞대고 얘기해야 제격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인간의 감정이나 분위기까지 전달하기는 어렵다. 화상회의는 언어적 소통을 위한 기술이지 비언어적 소통까지 가능한 기술은 아니다. 그래서 그렇지 않아도 불통의 정부가 지방으로 간다니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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