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봉식
장성 요양병원에서 방화사고가 발생하여 무고한 인명이 20명이 넘게 사망한지 벌써 한 달이 넘게 지났다.

이번 사건의 핵심은 치매 환자의 방화사건으로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간병인력의 부족이 우선적 원인을 제공했으며, 의료기관의 화재 대비 시설이 미흡했던 것도 또한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게 된 원인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모든 현상의 근본적 원인에는 잘못된 제도가 자리 잡고 있다.

첫째, 간병비 미지급에 따른 간병인력 채용이 불가능한 점이 문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23조에 보면 특별현금급여로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정부는 요양병원의 간병비 지급을 하지 않고 있다. 간병비를 국민과 병원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비용이 저렴한 병원을 찾게 되고 병원은 간병비에서 비용절감을 할 수 밖에 없는 제도적 허점이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은 지금 의료비 가계직접 부담금 과다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최근 발표된 OECD 2014에 따르면 국민의료비 중 가계 직접부담 비율은 35.9%로 OECD 평균치인 19.0%에 비해 크게 높다. 또 지난해의 35.2%(OECD 평균 19.6%)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정부는 당장 요양병원 간병비를 지급해서 요양병원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고 국민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둘째, 요양병원의 문제점 중 하나인 사무장 병원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사무장 병원이 요양병원에 많은 이유는 요양병원의 특성상 의료인이나 병원의 명성보다는 병원 운영 및 관리가 더 중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환자는 의사나 병원의 명성을 보고 오기 보다는 비용, 편의성, 친절함을 주된 선택 요인으로 꼽고 있다. 그로 인해 요양병원을 개설하여 운영할 때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이 생존할 공간이 있는 셈이다. 특히 시도지사가 의료법인 인허가 권한을 갖게 되면서 사무장병원이 법인 형태로 쉽게 개설할 수 있게 되어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사실상 사무장 병원임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 합법적인 의료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곳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법인 인허가 권한을 중앙정부로 이양하여 엄격하고 철저한 심의를 통해 무분별한 의료법인 인허가가 이루어 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셋째,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가 다수 입원하는 시설에 대한 화재 예방시설에 대한 지원책이 없다. 정부는 지난 7월 1일‘새로 짓거나 문을 여는 요양병원은 바닥면적 합계 300㎡ 이상이거나 300㎡ 이하라도 창살이 설치된 경우 자동소화설비 등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소방시설 설치 및 유지·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의결했다. 지난 2003년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가 나고 나서 지하철 좌석이 불연제로 바뀌었다.

또한 지난 2010년 포항의 요양원 화재 참사 이후 요양시설의 스프링클러 설치가 의무화 되면서 정부는 모든 요양시설에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전부 지원해 줬다. 정부는 민간 의료기관에 의료 공공성을 담보하도록 강요만 할 것이 아니고 모든 요양병원의 스프링클러 설치비용을 전액 지원해 주어야만 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치매 환자의 방화 사건이 제도적 미비로 인해 큰 참사로 이어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향후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전 회원 병원에 요양병원 재난 대응 매뉴얼을 제작하여 배포 준비 중이며 화재 예방 및 구조 장비를 갖추기 위해 실태 조사를 하는 등 사고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잘못된 제도를 고치기보다는 이번 사고와 전혀 무관한 당직의료인을 문제 삼는 등 요양병원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건을 마무리 하려고만 하고 있어 깊은 우려를 갖게 하고 있다.

1992년 현역 대통령을 이기고 집권에 성공한 빌 클린턴 대통령 후보가 내건 캠페인 구호 ‘It’s the economy, stupid’가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른다.

‘문제는 제도야! 이 바보야’라고 외치고 싶은 유난히 우울한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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