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는 지난 11일 전문의시험 관리를 대한의사협회(의협)서 의학회로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형식적으로는 의협이 관리해 왔지만 실제는 의학회가 해왔는데, 이제는 의학회에 완전히 넘긴다는 뜻이다.

전문의시험 관리와 전공의 수련에 관한 권한은 의협의 중요한 힘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공의 정원이나 수련병원신임과 같은 업무는 대한병원협회(병협)에서 관리한다. 후발주자인 병협의 급성장은 전공의 정원과 수련병원신임 업무와 관련이 있다.

종합병원 운영에서 중요 인력인 전공의 배정권한을 가진 병협이 힘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의협 입장에서는 억울하겠지만 새로 생긴 병협으로서는 조직의 향방을 가눌 수 있는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이다.

원래 전문의시험 관리는 의학회의 전신인 분과학회협의회(협의회)가 하던 일이다. 전문의제도가 시작되고 서서히 정착되어가고 있을 무렵, 의협과 협의회 사이에 이를 둘러싼 갈등이 생겼다. 의협이 뒤늦게 시험 관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이다. 이를 둘러싼 공방이 너무 치열해서 의사사회가 둘로 쪼개질 지경에 이르자 의료계 중진들이 조정에 나섰고, 협의회가 양보를 했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당시 역대 의협회장 대부분이 대학교수였고, 의협회장은 상근을 하지 않는 명예직이 가까웠다. 의협회장이나 의료계원로 뿐만 아니라 분과협의회도 교수들이 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료보험 초기라 수가와 관련된 이슈가 없었다. 그 당시 의협의 이름도 의사협회가 아니라 의학협회였다. 의협의 출발이 개원의가 아니라 대학교수들이 주도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의협이 지금처럼 개원의 중심이 된것은 2000년도 의료투쟁 이후 뚜렷해 진 것 같다. 투쟁 전에도 의협회장을 개원의가 하기는 했지만, 의료계 내의 주도권을 확실히 한 것은 투쟁 이후 불합리한 의료제도와 의료수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개원의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부터이다. 상대적으로 수가에 덜 민감한 대학교수들은 의협으로부터 멀어져 갔다. 최근 의대교수들의 모임인 의대 교수협의회가 ‘의협회비를 내지 않겠다’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제 의협은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머지않아 의학회는 지금의 병협과 같은 위상을 갖게 될 것이다. 의료계가 의협, 병협 그리고 의학회로 나뉘는 것이다. 서로 간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다른 이 세 단체 간의 관계가 앞으로 의료를 결정하게 된다. 이는 정부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세 단체 간의 단결이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는 것 처럼, 갈등 또한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규 고대 안암병원 내과 교수/의사평론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