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대한 2015년도 건강보험수가 인상률이 1.8%로 확정됐다. 누가 보더라도 너무도 낮은 조정률이다. 병원들의 경영이 위축될대로 위축된 현 상황에서 이 조정률이 과연 어느 정도 병원경영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협상이 결렬된 치과나 한방 쪽은 제외하더라도 의원급의 3.0%, 약국의 3.1%, 조산원의 3.2%, 보건기관의 2.9%에 훨씬 못 미치는 낮은 조정률이다. 이로 인한 환산지수(70.0) 역시 보건의료계 중 병원이 가장 낮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경영자의 한사람으로서 앞으로 병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지 정말이지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물론 이 만큼의 조정률이나마 이끌어내기 위해 대한병원협회가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였는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당초 건강보험공단이 처음 협상을 시작할 때 0.9%의 조정률을 제시했고, 이 비율을 놓고 여덟 차례에 걸쳐 밀고 당기기를 계속하다가 1.4%선에서 자칫 결렬의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서로가 조금씩 양보를 하여 1.8% 선에서 최종 합의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렇듯 당초 건강보험공단이 제시한 조정률의 두 배인 1.8%의 인상률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진료비가 날로 늘어나고, 의원수가가 병원수가를 앞지르기 시작했으며, 병원들의 경영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다’는 병원협회의 진정어린 주장을 정부나 건보공단이 어느 정도 이해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2015년도 건강보험예산 가운데 증액된 액수는 약 67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인상분 1.8%에 따른 증액분이 2800억원 정도로 전체 증액분의 약 40% 수준을 조금 넘어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지난 수가조정 때마다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부대조건이 지난해부터 없어졌다는 점도 큰 수확이라고 하지 않을수 없다.

이번 보험수가 조정률이 너무 낮든, 비록 낮은 조정률이지만 병원협회가 협상 과정에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든 그 어느 것도 중요한 것은 아니지 싶다. 정작 중요한 것은 조정된 수가가 병원들의 어려운 경영을 어느만큼 보전해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일 것이다. 그러려면 건강보험예산 중 매년 증액분, 즉‘파이’를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분명한 사실은 이미 책정된 보험예산 증액분 범위에선 보다 높은 조정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이미 책정이 끝난, 그래서 얼마 되지않은 증액분을 놓고 여러 보건의료단체들이 서로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려는 이전투구의 양상을 보였던 것이 지금까지 보험수가 조정에 대처해 온 보건의료계의 양상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렇다면‘파이’를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건보공단과 수가조정을 위한 협상에 앞서 정부의 예산편성시 보험수가 증액분을 최대한 늘려 잡을 수 있도록 하는 데 병원들을 포함한 보건의료계가 합심하여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쉽지 않더라도 반드시 관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그 일이야말로 고사 직전의 병원들을 포함한 전체 보건의료계가 존립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김갑식 서울시병원회장>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