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의대 학생들에게 ‘전공의 파업’에 대한 보고서를 쓰게 했다. 의대에 새로 들어온 학생들에게 의료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의료를 보는 시각을 다양화 할 목적이었다. 학생들을 모아 놓고 의료에 대해 열 마디 하는 것보다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도 목적중에 하나였다.

그들 중에는 서울역에 나가 설문을 한 그룹도 있었고, 캠퍼스 내 다른 학생에게 여론 조사를 한 친구들도 있었다. 전공의를 직접 찾아가기도 하고, 개원의를 찾아간 친구도 있었으며, 신문이나 방송 등을 조사한 그룹 등 다양한 방법으로 조사를 해서 보고서를 제출했다. 의대 학생들이라는 것을 설문 전에 밝혔으므로 설문에 변수로 작용했을 것이다.

일반인들은 전공의 파업을 의사파업과 구별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민들은 의사파업에 대해 알기는 했지만 이유나 주장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저 잘사는 사람들의 파업정도로 생각했다. 일반 학생들은 파업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았으나 그 이유나 주장에 대해서는 일반인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

개원의 몇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의료제도와 의료수가가 주된 관심사였다. 한 병원에 있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한 설문이기는 했지만 전공의들은 앞날에 대한 두려움이 컷 던것 같았다. 수련이 끝나도 개원이 어렵고, 취직도 불확실한 현실이 앞으로 나아지지 않을 것 이라는 두려움과 열악한 수련환경이 그들을 파업으로 내몬 것이다.

정부는 전공의가 파업을 하지 않을 것이고, 하더라도 소수만 참여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 모양이다. 1차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던 대형병원의 전공의들이 2차 파업에는 참여하기로 한것에 당황한 것 같다. 정치권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문제 해결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언론도 의사 파업과 전공의 파업을 구별하지 않아 문제점 지적이나 해결 방법이 원론 수준이었다. 의대교수들은 전공의 파업을 지지하지는 않지만 이해를 하는 수준이었다.

이상의 얘기는 의예과 1학년 학생들이 조사하고 써 낸 보고서에 있는 내용들이다. 그 학생들이 어떤 조사를 했든 학생들이 공통으로 지적한 것은 ‘전공의 파업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나 홍보가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금 의료계는 전임 회장과 대의원 회의 사이에 갈등이 있다. 갈등의 원인과 이유가 진실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회원을 위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파업을 했던 전공의들에게나, 이제 의예과에 새로 입학한 학생들의 눈에 비치는 지금의 의료계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지는 않는 것 같다는 점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김형규 고대 안암병원 내과 교수/의사평론가>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