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훈
고려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지난 19일 대한의사협회 대의원 임시총회는 노환규 대한의협회장의 탄핵을 결정했다. 178명의 대의원이 참석해서 136명의 찬성을 얻어냈다. 이는 그동안의 의사협회 역사를 볼 때 아주 드문 일이었다고 볼 것이다.

한편 노환규 회장이 직접 진두지휘했던 회원투표 결과는 회원 1만6376명이 참여해서 92.83%인 1만5201명이 노 회장의 탄핵을 반대한다고 답을 했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근거로 노회장 집행부는 대의원회의 결정은 회원들의 민의에 반하는 자신들만을 위한 행위라고 규정하고 회원들에 의한 대의원회의 개혁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 모습에 대한 언론의 평가도 제각각이다. 과연 무엇이 진실일까? 정말 대의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회원들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한 것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결과가 너무도 극적이다. 노 환규 집행부는 2년 내내 올바른 의료제도를 세워야한다는 명분하에 끊임없는 투쟁을 주장했다. 그리고 모든 이슈는 투쟁의 구호 속에 매몰돼 버렸었다.

그동안의 과정은 어떻든 간에 결과론적으로는 성과는 없고, 회원들은 지쳐있으며, 협회는 내부적으로 단결되지 못하고 있다. 성과가 없다는 표현보다 무엇을 위한 2년간의 투쟁이었는지 모르겠다. ‘92%의 회원이 회장 자신을 지지한다’고 주장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음으로써 반대의 의사를 보인 회원이 무려 82%나 된다는 사실은 왜 애써 무시하려고 하는가? 투표설문 조사의 정당성과 투표의 당위성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지도 문제다.

대의원 조직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만일 그렇다고 한다면 임기 초반에 이런 문제를 사심 없이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한다. 회장의 의사를 따라 줄 때는 문제가 없던 조직이 이제 본인에게 방해가 되니까 개혁을 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주장은 곤란하다. 협의되지 않은 투쟁 구호와 방법, 강성의 이미지를 내세우면서 현 의료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에 공감하는 대부분의 일반 회원들과 투쟁 지상주의의 회원들을 독려해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려는 선동적인 방식은 정당한 절차를 중요시해야 하는 협회에서 회장이 할 처신은 아니라고 본다.

원격의료 문제는 원천적으로 반대한다고 하고는 정작 대의원들 앞에서는 시범사업부터 하는 안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함으로써 대의원들을 당혹스럽게 하였으며, 회원 모두에게는 크나큰 결단이자 어려운 일이었던 총파업을 주문하고는 정작 회장 본인은 파업을 할 의사가 없었던 정황들이 드러났다. 또 실제 투쟁을 독려하던 시도회장들 가운데는 교묘하게 당일 참여를 안 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회원들의 분노와 실망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의원들과 시도회장들이 안 도와줘서 실패했고, 그 실패의 책임을 물어 회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본인을 이기심으로 뭉쳐있는 대의원들이 탄핵하려 한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온 국민이 도탄에 빠져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장은 본인의 탄핵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정장차림으로 진도 사고 현장에 출동했다. 이런 모습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지는 각자가 판단할 몫이다. 의협회장으로서의 모습에 걸 맞는지 아니면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일인지 말이다. 많은 회원들은 노환규 회장이 진정으로 이 나라 의료계의 발전을 고민하는 회장인지에 대해 회의를 갖는 것이다. 본인은 억울하다 할지 모르나 회원들이 그렇게 보는 것에 대해서 이제 돌아볼 때가 아닌가 싶다.

보궐선거에 다시 출마하겠다는 소문이 있다. 또 가처분 신청을 낸다는 말도 있다.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서 대의원회를 해산하겠다고도 한다. 정관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일 이런 일련의 말들이 사실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될 것이며 개인으로도 그리고 협회로도 불행한 일이라 할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는가? 의협이 무슨 발전을 이루었는가 묻고 싶다. 선동에 의한 의협정치는 정치판에서 하라고 권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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