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이 환경경영에 앞장설 때다

- 홍동곤 환경부 환경기술경제과장

ISO 환경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환경친화기업’이라는 것을 홍보에 적극활용한다. 환경오염물질을 배출하는 딱딱한 제조업의 이미지를 환경인증으로 상쇄하는 홍보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ISO 환경인증의 대표적인 분야는 ‘환경경영’이다. 환경이 경영의 필수 요소로 작용함에 따라 기업들은 수동적으로 환경오염물질을 관리하는 입장을 넘어 제품 개발이나 업무 프로세스, 조직문화 등을 친환경적으로 개편하는 ‘환경경영’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서비스 분야에서도 환경경영의 당위성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나 아직 환경경영이 활발히 적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본질적으로 서비스 분야는 친절하다는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그 동안 서비스 분야에서는 환경이라는 용어가 굳이 필요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친절이라는 서비스 이미지에 깨끗한 환경 이미지를 더한다면 서비스 이미지를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환경부는 비제조업 분야에도 환경경영을 확산시키기 위해 2010년 녹색성장 추진계획에 보건·의료, 공공행정, 교육, 숙박과 같은 서비스 분야를 포함시켰다.

2011년 서비스 분야 환경경영 가이드라인 개발사업을 시작으로 2012년 서비스 분야 환경경영 제도화 방안을 마련하여 비제조업으로 환경경영을 확산시키고 있다.

2011년 에너지관리공단 자료에 의하면 병원은 건물부문의 에너지 총사용량의 11.7%를 차지하고 있으며, 2012년 실내 공기질 관리실태에 따르면 어린이집 다음으로 병원이 실내 공기질 유지기준을 많이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 5년간 국립대병원에서 병원 내의 감염사례가 1701건으로 조사되면서 병원의 환경 관리의 심각성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10개 병원과 친환경경영 협약

이러한 이유로 환경부에서는 2013년 2월부터 병원을 대상으로 환경경영 지원 사업을 추진하고, 5월에는 연세의료원 등 10개 병원과 환경경영을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하여 병원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또한 각 병원들의 환경경영 전략과 애로사항을 공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협약병원과 관심 병원을 중심으로 보건·의료분야 환경경영 협의체를 구성하고 분기별로 모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자발적으로 환경경영을 추진하기 위해 10개 병원을 모집하여 지원 사업을 해 나갈 예정이다. 환경경영 상황을 진단하고 환경관리를 위한 컨설팅과 환경경영 활성화를 위한 교육·홍보사업을 지원하여 환경경영 실천 병원을 확대하고자 한다.

또한 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들과 친환경병원을 알리기 위해 홍보 주간을 설정하여 더 많은 병원이 환경경영에 동참할 수 있도록 관심을 제고할 계획이다.

환경경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최고경영자의 지속적인 관심과 의지이다. 환경경영을 위한 예산과 인력을 늘리고, 전 부서와 협조체계를 마련하는 일은 일선 담당자의 열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병원의 전사적인 환경경영을 위해서는 지원부서 뿐만 아니라 진료부서에 근무하는 의사, 간호사 등의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친환경 경영체제 병원에 이득

병원의 친환경 경영체제는 기업에게도 이득이 된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전기와 물 사용량을 체크하여 개선할 부분을 찾아낼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전기료와 물 값을 절약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 수 있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산업계뿐만 아니라 생활계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의 양을 줄이기 위해 건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관리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인 병원이 늘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아토피와 같은 환경성 질환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서 환경성 질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환경복지를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발굴해야 한다. 환경성 질환을 치료하는 데있어서 병원을 친환경 의료공간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병원이 쾌적한 실내공기와 친환경적인 여건을 갖출 경우 병원의 치료공간이 환자들에게 친숙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옥상을 녹화하고 주변에 나무를 심고 분수를 만드는 것은 좋은 사례이다.

일부 병원에서는 병원 물품을 구매할 때 환경마크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환경마크 제도는 녹색소비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친환경제품을 인증해주는 제도이다.

환경마크 제품은 생산, 사용 또는 폐기하는 단계에서 환경오염물질을 적게 배출하고 자원의 재활용을 높이는 제품이다.

정부 기관이나 공공기관에서는 환경마크 제품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많은 대기업에서도 정부와 자발적 협약을 맺어 환경마크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병원에서도 소모성 물품인 휴지, 복사용지 등을 포함해 더 많은 환경마크 제품을 구매할 필요가 있다.

폐기물·쓰레기 줄여 배출해야

병원에서는 다양한 폐기물이 배출되고 있다. 특히 의료폐기물은 일반폐기물과 달리 감염의 위험성이 커서 지정 폐기물로 관리되어 있다. 폐기물을 적절히 분리하고 적법한 업체에 맡겨서 처리해야 한다. 일반 쓰레기는 분리수거를 실시하고,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한 줄여서 배출하는 노력도 병원에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건강보험관리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2011년 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4700만 명으로, 동행한 보호자를 1명으로 추정할 경우 병원의 유동 인구는 9400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국민생활의 접점에 있는 병원이 친환경 실천 활동을 통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서비스의 품질 향상을 통해 환경복지를 선도해 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