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병원 경영에도 도움된다”
|인터뷰| 이철 연세의료원장

“병원은 국민생활과 가장 밀접하고 국민건강을 위한 파수꾼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유해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이기도 합니다. 병원들이 친환경병원(녹색병원)에 대해 고민해야 할 이유라고 할 수 있지요.”

이철 연세의료원장<사진>은 국내에서 가장 큰 병원 중 한 곳을 경영하면서‘병원의 녹색화’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하면서 녹색병원의 국내 역사를 써내려가는 병원경영자로 통한다.

이철 의료원장은 병원들도 이제 친환경병원을 통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환경오염을 줄여서 지역사회에 기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너지 절감-환경오염 줄여 지역사회 기여

“선진국의 의료기관들은 오래전부터 친환경병원 구현을 통한 녹색 의료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선진 병원들과 비교해 친환경병원 실현을 위한 노력은 뒤떨어져 있는 실정입니다.”

그는 “환자나 보호자, 병원 내부구성원들을 위한 친환경 요소들은 이제 의료기관이 갖추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이를 통해 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환경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데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료원장은 ‘경영도 어려운데 무슨 친환경병원이냐’는 일각의 마뜩찮다는 반응에 대해“오히려 친환경병원이 병원 경영에 이익이 되는 측면이 많다”고 말한다.

“최근 병원계는 진료수입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대학병원은 여러 가지 제도 변경 등에 따라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친환경병원을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에너지 절감, 음식물 줄이기, 녹색구매 등 투자를 수반하지 않는 분야도 상당히 많아 병원경영에 도움이 됩니다.”

녹색병원은 병원계가 지향해야 할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사항으로써, 궁극적으로는 환자뿐만 아니라 병원계에도 이익이 되돌아온다는 것이 그의 경험적 지론이다.

연세의료원은 몇 년 전부터 조명등을 LED로 교체하면서 2억6000만원을 들였으나 1년 4개월만에 투자비를 회수하고, 그 이후부터 매년 2억원의 전기료를 절감하고 있다.

“요즘 세대들은 절전에 대한 생각이 거의 없고, 교육을 해도 실천이 잘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공용공간, 강의실, 사무실 등의 전등을 약 30%(1만4353개)를 제거 또는 소등했지요. 주차장, 계단, 화장실 등 24시간 점등구역의 전등은 모두 LED전등으로 교체 했습니다.”

병원 경영자 의지 중요… 의료계 동참 주문

이 의료원장은 “친환경병원이 지향하는데 반드시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실행할 수 있는 분야가 많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특히 친환경 시설이나 설비를 갖추는 사업도 비용 투자가 발생하지만 장기적으로 반드시 비용 절감효과가 나타난다고 자신했다.

연세의료원은 그동안 수은혈압계를 무수은 혈압계로 교체하는 것을 비롯해 PVC제품의 Non-PVC 및 폴리우레탄제품으로 사용전환, 환자 ID Band 친환경 소재로 교체, 친환경 세제·소독제 사용 등 수많은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이 의료원장의 친환경병원에 대한 자신감은 현재 건축 중인 연세암병원의 친환경건축 개념도입까지 진화중이다.

“친환경병원은 무엇보다도 병원 경영자의 의지가 중요해요. 친환경 프로그램을 꼼꼼히 세우고 실천을 독려해야죠.”

이 의료원장은 “녹색병원은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보다는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처음 시작할 때는 경영진의 Top-Down(하향식) 방식에 의한 경영진의 의지표명과 환경을 조성한 후 Bottom-Up(상향식) 방식과의 적절한 융합을 통해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는 친환경병원의 저변확대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을 중심으로 친환경병원의 추진방향이 정립되고 일부 지원도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여서 의료계의 참여율이 높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친환경병원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선진병원들의 친환경병원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관을 지정해 지원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고 봐요.”

그는 친환경경영 우수 사례에 대한 포상이나 친환경 제품 개발이나 사용 기관에 대한 세제혜택도 제안하고, 의료기관의 특성상 환경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간 협의를 통해 일원화된 친환경병원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의료원장은 “병원은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친환경 경영을 통해 환자와 직원이 행복한 병원, 환경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이철 의료원장은 “친환경병원을 향한 노력은 한두 개 병원에서 추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모든 의료계와 의료기관이 관심을 갖고 동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정윤 기자

‘친환경병원 만들기’ 캠페인은 건강산업 글로벌 리더 녹십자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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