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밝거나 한 해가 시작되거나 인생이 시작될 때 우리는 새로운 각오도 해보고 뜻도 세워보고 초지일관 노력하고자 한다. 용두사미가 되거나 헛된 길로 들어서지 말아야 한다.

논어의 학이편(學而篇)에 공자의 제자인 유자가 남긴 “군자무본 본립이도생(君子務本本立而道生)”이라는 유명한 구절이 있다. 이는 “군자는 기본에 힘쓴다. 기본이 바로 서면 도(道) 즉, 나아갈 길이 생긴다”는 뜻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2014년 ‘올해의 교육 사자성어’로 본립도생(本立道生)을 선정했다. 이를 선택한 교원들은 “기본을 망각한 지식교육으로는 진정한 자아실현과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이룰 수 없다”며 “학교와 가정, 사회가 함께 기본을 바로 세우는데 협력하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 며 이유를 제시했다.

우리는 모든 일에 있어서 기본을 강조한다. 태어나서 가정을 시작으로 유치원에서 대학 교육까지 그리고 사회에 나와서도 기본과 원칙의 중요성을 듣고 또 듣는다. 하지만 기본의 중요성만큼 말이 아닌 행동으로 기본의 중요성을 실천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게현실이다. 혹여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있더라도 이들은 ‘원칙주의자’ 또는 ‘융통성이 없는 사람’ 등으로 다소 폄하당하기 일쑤다.

기본이라는 것은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으로 시간이 흐른다고 또는 경험이 쌓인다고 변하는 성질이 아닌 것이다. 그렇기에 기본이 없이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은 순간순간을 넘어가기 위한 임기응변에 불과하고, 결국엔 그 길이 지름길이 아닌 낭떠러지가 될 것이다. 물론 기본에 얽매여 융통성과 유연성을 포용하지 못한다면 이 또한 한 발짝 전진도 못하는 어림석음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했던 몇몇 제약회사들의 불미스러운 일도 결국 기본을 무시한 채 자기만의 융통성과 스스로에 대한 관대함에서 발생했던 것 같다. ‘기본에 대한 의지도 또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는 파수꾼의 긍지와 자부심도 결국 이들에게는 돈보다는 낮은 가치이자 남의 이야기였나?’ 하고 반문해 본다. 이러한 우를 반복해 범하지 않고 이상적이고 조화로운 발전을 위해서는 바로 선 기본위에 보편타당한 융통성과 유연성이 더해져야 할 것이다.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은 제약산업 발전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약업계와의 관계를 규제와 감시로만 한정짓지 않고 우정어린 동반자로서 ‘열린 청’ ‘고객중심의 청’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바로 선 기본 위에 유연하고 융통성이 있는 정책’ 이렇게 실천하고자 다짐하고 약속하고 싶다.

약속이 거짓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직자뿐만 아니라 제약업체도 기본과 원칙 위에 융통성과 유연성을 더해야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자율과 신뢰의 탑을 함께 쌓아 올려야 할 것이다. 분명 미래는 새로운 사고와 자율적인 소통으로 더 크게 열리겠지만, 기본이 바로 서지 않는 미래는 어둡고 어지러울 것 또한 분명하다.

기본을 무시하고 많은 이들이 낭떠러지를 지름길로 착각하는 요즘 세태에 반하여 제약산업의 더 큰 도약을 위해 우리 모두 ‘본립도생’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새겨 본다.

<김인규 경인지방식품의약품안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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