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한국 성형실력은 알아준다. 현지 의사가 하는 성형외과병원 광고에도 한국식 성형을 한다고 쓰여 있다. 한국식 성형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여하튼 한국의 성형실력이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한국의 성형실력을 외국에서 알게 된 데에는 한류의 힘이 크다. 한류스타들이 하나 같이 꽃미남에 꽃미녀인 것을 보고 성형이 그 이유인 것으로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나라 의사들의 성형수술 실력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성형외과의사의 성형실력은 일반 성형보다는 뼈를 깎는 성형에서 뛰어나다. 재건성형은 원래 미용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기능을 목적으로 하는 수술이다. 미용성형에 비해 수술범위가 크고 위험해서 대형병원에서도 꺼리는 수술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원에서 더 많이 한다. 왜 그럴까? 그게 가슴 아픈 사연이다. 개원가가 저수가 속에서 살 길을 찾다가 너도 나도 미용성형에 뛰어 들었다. 모두 성형을 하다 보니 미용성형시장이 포화가 됐다.

성형을 전문으로 하는 의사들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뼈를 깎는 수술을 시작한 것이다. 무모하다고 했다. 대학병원에서도 꺼리는 수술을 마취와 회복시설도 여의치 않은 개인 의원에서 한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위험하다는 것은 그들이 더 잘 알았지만 할 수 밖에 없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한국성형이 세계 속에 우뚝 서게된 것이다. 정부는 의료한류의 성과라고 했다.

요새 대형병원을 가보면 병원인지 쇼핑센터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이다. 커피전문점은 기본이고 아이스크림에 빵집, 심지어 정크푸드라는 페스트푸드 점까지 들어와 있다. 환자를 위한 시설이라고는 하지만 환자가 먹을만 한 것은 아니다.

병원들이 목 좋은 곳에 이런 시설을 하는 것 또한 가슴 아픈 사연이 있다. 현재의 수가체계에서는 의료수입으로 병원을 유지할 수 없다. 병원이 환자를 진료해서 운영돼야 하는데 커피나 빵을 팔아야 겨우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병원의 서비스가 개선되었다고 했다.

최근 병원마다 외국 환자가 늘고 있다. 병원들이 기를 쓰고 외국 환자를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로 국내환자가 줄고 만성적인 저수가에서 살기 위한 방법이다. 정부는 의료관광의 성과라고 했다.

그러니까 정부가 자랑하는 창조경제의 결과는 만성적인 저수가의 결과인 셈이다. 얼마 전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계에 우수란 인재가 많아서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장관의 눈이 탁월 하기는 한데 그게 웃어야 할 일 인지 울어야 할 일인지를 모르겠다는 거다.

<김형규 고대 안암병원 내과 교수/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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