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부는 메디텔을 전국 어디에나 세울 수 있게 한다고 발표 했다. 그동안도 세울 수는 있었는데 규제가 까다로워 세우기가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러니까 없던 제도를 새로 만든 것이 아니라 죽어 있던 제도를 살려보고자 한 것이다.

이런 형태의 호텔을 운영하는 대표적인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큰 병원이나 대학들은 대게 호텔을 가지고 있다. 대학이 호텔을 가지고 있는 것은 대학을 방문한 외부 손님을 위한 것으로, 필자도 한번 묵어 보았는데 그냥 호텔이다. 단지 대학 구내에 있다는 것뿐이다.

그런데 미국 병원이 호텔을 가지고 있는 것은 미국 의료제도 때문이다. 미국은 강제퇴원제도가 있다. 보험회사나 의사가 환자에게 퇴원하라고 하면 퇴원 할 수밖에 없다. 지시를 어기면 의료비를 모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데 그 액수가 엄청나다. 할 수 없이 병원호텔에 머물면서 진료를 더 받는다.

또 하나는 보호자가 머물 곳이 없어서이다. 우리나라처럼 보호자가 병실에서 살림을 하는 곳은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어떤 환자는 퇴원하면 집에서 밥해 줄 사람도 없고 말벗도 없어서 병원에 더 입원해 있겠다고 한다. 그래도 퇴원 시킬 방법이 없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대형병원들이 메디텔을 세울까? 분원을 세우면 세웠지 메디텔을 세울 것 같지는 않다. 아마 관심을 갖는 곳은 척추나 관절과 같이 특화된 일부 전문병원이나 성형관련 병의원일 것이다. 환자가 있을때는 병실로 쓰다가 없으면 호텔로 쓸수 있으니 일부 준종합병원들의 경영난 해소에는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부는 이번 조처로 의료관광이 활성화 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의료관광은 나라마다 처해 있는 상황이 다르다. 태국은 의료수준이 높지는 않지만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관광이 주라는 뜻이다. 싱가포르는 관광자원은 부족하지만 주위나라에 비해 의료수준이 좋고 무엇보다 영어가 된다. 그리고 주위 나라와 거리도 가깝다. 의료가 주인 셈이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 외국환자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환자가 오고 있지만 치료를 목적으로 오는 나라는 주로 몽골, 러시아나 옛 소련 연방국가들이 대부분이다. 그 나라에서도 부자들은 미국이나 유럽, 일본으로 간다. 우리나라에 오는 환자는 중산층인 셈이다. 그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오는 것은 의료수준에 비해 의료비가 싸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나라들로부터 거리가 멀다. 관광자원이 부족한 우리는 의료수준이 경쟁력을 좌우 할 수밖에 없는데 성형을 빼면 일본이나 심지어 중국에 비해서도 월등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에게 의료관광의 활성화는 의료수준을 높이는 데 있다는 말이다. 약 한알 쓰는 것까지 간섭하고 툭하면 의사들을 파렴치범으로 모는 나라에서 과연 의료가 활성화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의료를 죽이면서 의료관광을 활성화 하겠다는 구상이 괴이하기 조차하다.

창조경제 1년 만에 보건복지부가 고심 끝에 내놓은 안 치고는 너무 알맹이가 없다는 생각이다.

<김형규 고대 안암병원 내과 교수/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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