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형

대한병원협회 홍보위원장

정부가 투자활성화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던 의료법인병원이 자법인을 설립하여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개인의료기관, 사회복지법인, 사립학교법인 등 타법인과의 형평성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심각한 위기에 처한 848개 의료법인의 경영난 개선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그동안 의료법인에 대한 자법인 설립은 불허되어 왔고, 환자진료 이외 부대사업도 법령상 8개 분야로 엄격하게 제한되어 왔다. 반면 학교법인 등은 자법인 설립을 통해 다양한 수익사업을 추진해 왔다.

정부의 이번 대책은 의료분야의 규제를 풀어 악화 일로에 처한 의료법인의 수익성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이 창출되면 국가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자법인의 운영을 통해 경영여건을 개선한 의료법인 병원들이 낙후한 병원 인프라의 개선을 통해 의료의 질과 환자 서비스 증대는 물론이고 해외환자 유치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은 문자 그대로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수행을 위한 것으로, 의료업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므로 의료민영화 또는 영리병원과 무관하고, 지방 중소병원 등에게는 경영개선을 통해 국민들에게 보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의료제도에선 의료민영화나 영리병원이 불가능하다. 전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되어 있고, 의료기관 당연지정제가 적용되어 있다. 당연히 모든 의료인과 의료기관은 어떤 국민이라도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를 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료민영화나 영리병원을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의료법인간 합병 허용도 의료법인의 경영합리화 차원을 넘어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국민의 편의증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해외환자 유치 촉진과 관련해 제시된 외국인환자 병상비율 규제 완화와 외국인 밀집지역 의료광고 허용에 대해서도 의료기관들이 해외환자 유치에 적극 나설 수 있는 기반 마련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판단된다. 이 같은 대책이 실질적인 투자촉진으로 이어져 의료법인의 경영개선을 도모할 수 있는 정책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환자 유치 및 해외 수출의 동력이 되는 의료기술의 국제경쟁력이 아주 높은 수준이다. 국내 의료기술은 선진국을 100으로 했을 때 유방암·위암·대장암 등 각종 암, 미용성형 및 당뇨병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이미 선진국과 어깨를 견줄 만큼 높아졌다.

따라서 의료법인의 자법인 설립 허용을 의료영리화 차원으로 확대 해석하여 논란을 빚는 것은 의료계와 국민 모두에게 아무런 이익이 없는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일 뿐이다. 그보다는 그동안 인위적으로 막았던 의료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가능한 한 풀어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미래 신성장동력의 부가가치 창출을 도모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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