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 민주당의 오제세의원에 이어 새누리당의 신경림 의원이 연이어 ‘환자안전 및 의료 질 향상에 관한 법안’(일명 ‘종현이법’)을 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안전관리에 관한 사항은 환자의 안전사고의 예방을 위해 의료계나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갖고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내용임에는 틀림이 없다.

일명 ‘종현이법’으로 알려진 ‘환자안전관리법안’이 발의된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2007년 모 대학병원에서 백혈병으로 치료 받던 정종현 군에게 담당 의사가 척수내강에 주사해야 할 '시타라빈' 대신 정맥에 주사해야 하는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실수로 주사해서 사망에 이르게 된 의료사고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시민사회에서 의료사고의 예방을 위한 입법 필요성을 제기하여 이 법안을 발의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에 발의된 법안들은 당초 입법 취지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심각한 문제점이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 첫째, 의료사고의 발생에 관한 근본적인 문제점에 대한 해법이 아닌 근시안적 미봉책을 제시하고 있다. 정종현 군의 경우 당시 레지던트 1년차 였던 의사가 반복되는 과중한 업무로 인하여 피로한 가운데 시술을 하면서 주사 도중 실수로 약제를 뒤바꿔 투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한국의료의 구조적 문제인 저수가·저급여·저보험으로 인해 병원 운영을 위해 인건비가 저렴한 전공의에게 많은 환자를 담당케 함으로써 기인된 필연적 사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법안에는 이러한 근본적 문제는 외면한 채 미봉책으로 엉뚱한 규제만 양산하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의료사고를 예방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둘째, 기존의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사유 없이 새로운 법안을 발의함으로써 입법 만능주의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의료사고에 관한 법률은 이미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이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관리에 관한 사항도 의료법 제58조(의료기관인증) 등에 의해 요양병원이 의료기관 인증을 의무적으로 받게 되면서 인증을 받은 모든 요양병원들이 환자안전관리에 대한 지침과 규정을 정하여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발생되면 경쟁적으로 입법안을 발의하는 것은 마치 지난 해 남양유업 대리점 사태를 계기로 ‘갑을관계’ 청산을 골자로 소위 ‘남양유업 방지법’ ‘대리점법’ 등으로 불리는 법안이 하루에도 몇 개씩 발의되는 입법안이 유행되었던 것을 연상케 한다.

셋째, 상식을 넘어서는 과도한 벌칙과 규제로 인해 의료기관 의무인증 강제화 법으로 악용될 소지를 가지고 있다. 특히 모든 의료기관이 반드시 의료기관 인증을 신청하도록 하고, 환자안전 전담인력을 두도록 강제하며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의료업 정지나 개설 허가 취소를 명할 수 있게 하는 등 과도한 벌칙과 규제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환자안전 전담인력 한명 두면 환자안전사고가 전적으로 예방될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전담인력을 두지 않는 것이 과연 의료기관 개설 허가를 취소할 정도의 중차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는 환자 안전과 의료의 질 향상이라는 입법취지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의료기관 의무인증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더욱 신뢰와 사랑을 받는 의료기관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력한 요양병원에 대해서만 이렇게 가혹한 처벌과 규제를 강요하는 지금의 환자안전관련 법안들은 마땅히 철회되고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임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우봉식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홍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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