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효정
의학신문사 부설 인지발달연구소장
한 인기가수 가족에 대한 비극은 깊숙이 묻혀있던 치매가정에 대한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몇 시간 사이에 치매 노인의 실종과 죽음, 치매 노모 살해 등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는 ‘꼭 그런 선택을 해야 했을까?’에 대한 찬반론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으며, 관심거리이기 이전에 이유 불문하고 -남일 같지 않은- 현실이 슬프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기관, 사회복지단체, 개인들의 ‘관심’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현 실태에 대한 문제점을 재조명하고, 우려의 목소리와 강인한 행동력이 해결방안을 제시하여 그들에게 실낱같은 희망이 되어줄 것이다.

노인성 치매환자 발생 급증

노인성 치매란 정상적으로 생활해오던 사람이 65세 이후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기능이 손상되면서 이전에 비해 인지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되어 일상생활에 상당한 지장을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노인성 치매 환자의 증가세는 매우 가파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는 50여만명으로 국민 10명중 1명이 치매 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인구의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2020년엔 약 80만명, 2050년엔 271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된다. 약 2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는 것이다.

가족이 떠안는 책임 너무 커

노인성 치매는 환자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에게도 신체적·정서적 어려움을 초래한다. 박경철 의사의 저서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에 노인성 치매 환자의 일화가 있다. 잠시 장을 보러 간 사이 초기 치매를 앓고 있던 노모가 애지중지하던 어린 손자를 소뼈로 착각하여 솥에 넣어 끓인 내용이다. 결국 아기는 전신 화상으로 사망했다. 정신이 돌아온 후의 노모의 충격과 앞으로 살아가야할 희망을 잃은 부모. 결국 슬픔의 고통까지 떠안아 감내해야하는 것은 가족이다. 좌절감·우울증·무기력과 같은 개인적 어려움 뿐 아니라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라온다.

대한치매학회가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8%가 치매 환자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일하는 시간을 줄인다고 나타났다. 오히려 지출을 늘어날 것이 뻔하지만, 왜 수입원을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가족 구성원 중의 누군가 노인성 치매 환자의 수발을 도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인 것인가? 그만큼 수입은 줄어들 것이고 지출은 감당하기 어려워 가족들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다. 경제적인 어려움을 정부에서 지원금 확대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이미 10조원대를 넘어섰고, 2050년에는 약 110조원으로 그야말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가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추후 지원금이 축소되거나 사라질 수도 있는 단편적인 경제적 지원만으론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필자는 효에 대한 왜곡된 시선이 ‘치매에 걸린 부모님인데 책임을 다해 모셔야지’라고 몰아가곤 있지 않는지, 그런 흑백논리 시선이 가족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삶의 여유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증가되는 노인성 치매 환자의 부양을 개인에게 전가해선 안되며, 이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책임을 져야한다. 무거운 짐을 가족 구성원들이 짊어지지 말고 나누어 해결해야 한다.

‘비극적 선택’ 방치 더 이상 안돼

노인성 치매 환자와 가족은 ‘가정에서 모셔야 할지, 병원이나 시설에서 생활해야 할지’ 선택을 해야 한다. 그러나 누구도 노인성 치매 환자에게 죽음을 강요해서도 안되며, 그들의 인생을 쉽게 생각하거나 통제해서는 안된다. 현재 비극적 선택을 했다고 가족을 나무랄 수 없다. 그들의 심리적 고통과 압박감을 제3자는 절대 알 수 없을 것이다. 이렇게 무관심으로 방치한 우리 모두의 잘못된 선택이었다. 희망적 선택을 하기 위해 가족의 부담을 나눌 수 있는 관심과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일본의 경우 치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인지증’이라는 새 용어를 도입하고, 정부가 육성한 전문 강사가 인지증이 발병해도 끝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에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시설마다 자립을 교육·훈련시키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엔 아직 치매전문 병원이 7곳 밖에 없으며, 보험적용의 기준이 높아 혜택을 받는 이도 적다. 체계적인 사회복지 시스템 도입과 사회 인식의 변화가 중요하다. 요양시설에 대한 관리와 시설 확충, 전문적인 요양 인력개발과 비용의 합리성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을 위한 심리지원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내부적 지원에도 힘을 써야하며, 그들을 지켜줄 수 있는 법적인 제도가 정비되어야 한다. 또한 노인성 치매 환자의 부양에 대한 책임 인식 변화가 이뤄져서 가정과 정부, 지역사회가 함께 최선의 대처방법을 만들어야 한다. 지속적인 관심으로 노인성 치매 환자와 가족들에게 반복되는 비극의 선택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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