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훈
고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의사협회는 지난 1월 11일, 의료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약 2개월 후 총파업을 할 수도 있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언론은 의료대란이 오는 것이 아닌가하는 우려를 하고, 정부는 그럴 경우 원칙대로 처리하겠다고 하고 있다.

과연 총파업은 가능하고, 의료대란은 올 것인가? 한마디로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 총파업을 하려면 1차 개원의는 당연하고 대학병원을 비롯한 병원급의 파업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의사협회는 의료대란이라고 할 정도의 파업을 끌어낼 공감하는 이슈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파업 동참의 당위성을 설득할 이슈의 논리성이 부족하다.

원격의료의 구체적인 모습도 나오지 않았는데 핸드폰 진료라느니 하면서 개원가가 붕괴할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데,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비영리의료기관이 영리를 취할 수 있는 자회사를 설립하면 그것이 곧 의료의 부실을 가져 올 것이고, 이는 바로 영리병원의 시작이 된다고 하는데 그게 왜 그렇게 논리가 이어지는지도 의문이고, 영리병원의 허용이 모든 의료인들이 반대하는 이슈인지도 모르겠다. 왜 영리병원을 하면 의사들이 환자를 착취하고 의료비가 상승한다고 하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영리병원을 했더니 환자들이 착취를 당하고 의료비가 상승했다는 보고가 없는데, 왜 유독 대한민국에서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하는가 말이다. 대한민국의 의사들은 오로지 이득만을 추구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양심이 없는 집단이라는 말인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의사협회장이 이러한 주장을 했다는 데 회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 다시 말해서 영리병원을 하면 환자가 착취당하고 의료비가 상승한다는 말은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이고 대한민국 의료의 상황을 보면 영리병원의 허용과 이를 위한 강제지정제의 철폐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의료계는 또 의료제도를 바로 세우고 잃어버린 의권을 찾겠다고 하면서 의료민영화를 반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민영화라는 말 자체가 애매한 부분이 있음은 차치하고라도 의료 민영화를 반대한다고 하면 의료의 공공성을 확대하자는 말이 될 것인데, 이는 그동안 의료계가 주장해 오던 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것이다. 범 의료계의 담론과정을 거치지 않고 이러한 주장이 나오는 것은 현 의협회장 개인의 생각일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점 때문에 범 의료계의 총파업을 이끌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바로 지난 11일 의사협회의 파업결정과정을 보면 충분히 이 점을 간파할 수 있다. 회장의 일방적인 독주와 현재의 이슈에 대한 반대 의견이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사협회는 지난 13년간 언제나 투쟁체 중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얻은 것도 없고, 일은 점점 더 꼬여만 간다. 직전에 했던 파업에 준하는 휴진 동맹은 흐지부지하는 둥 마는 둥 되었었다. 이슈가 선명하지 않으니 회원들이 따르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임을 전제로 할 때 의사협회의 투쟁 중심의 구도는 변화되어야 한다. 지난 과거가 그것이 효과적이지 않음을 결과로서 말해주고 있다. 의사협회는 투쟁 집단이 아닌 정책집단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정부의 정책이 어떤 점에서 잘못되었고, 수정되어야 하는지를 정책적으로 지적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허술한, 그리고 의사회원 전체의 담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도자 개인의 성향에 따라 무언가를 이끌어 내려는 것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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