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보건복지부는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 안에 대해 10월 24일부터 12월 3일까지 입법예고 하였다. 이번 개정안의 주요 사항들은 다음과 같다. 전문의 자격시험 위탁기관을 의사회에서 대한의학회로 변경하고, 수련협력병원을 신설했다. 전공의 근무요건과 관련하여 수련시간의 개선을 위해 수련 간 최소 휴식시간 보장과 휴일·휴가를 자율적으로 정하여 시행하고, 여성전공의 수련기간을 인턴 9개월, 레지던트 3년 9개월(가정의학과 2년 9개월)로 확정했다. 또한 수련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수련규칙 이행여부를 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도록 했다.

전공의 수련을 위한 진일보한 개정안이다. 하지만 의사협회 관계자들은 전문의시험 위탁기관이 대한의사협회에서 대한의학회로 이관되는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부는 지난해 모과에서 전문의시험 문제를 일부 빼돌려 수험자에게 알려주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는 이유를 들었고, 의사협회는 최근 껄끄러운 의사협회의 행보에 대해 복지부가 보복성 또는 분열성 정책을 시행하려는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나라 전문의제도는 1951년 의료업자 전문과목 표방허가제의 도입과 함께 시작되었다. 전문의 제도란 ‘전문가 단체가 일정한 요구조건을 충족시킨 자들에게 증명서를 발급하는 제도’이다. 일련의 시험을 통해 전문가들의 자질을 평가하고 인정해주는 과정은 전문가주의의 대표적인 기능이다. 이러한 인증과정이 그 동안 정부 주도 형태로 이루어져 왔다. 무엇보다도 전문가 인증을 전문가 집단이 주관하지 못하고 국가가 주관한다는 것이 문제다. 전문가 집단의 인증은 전문가집단에서 주관하는 것이 대원칙이다. 국가의 개입이 많은 나라일수록 사회적 성숙도가 낮은 나라라고 한다.

왜 이런 현상을 낳게 되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전문가주의의 미성숙이 국가주도형의 전문의 시험제도를 고착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 주원인이라고 꼽고 싶다. 역사적으로 전문직업성(프로페셔널리즘)이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성립하기 어려웠던 상황들이 있었다. 일제 강점기동안 전문가주의에 대한 개념 없이 이루어진 의학교육과 전문가주의에 대한 이해부족이 요인으로 작용을 했다. 또한 전문의제도가 처음 도입된 후 전문학회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 했던 혼란시기에 잦은 과별 이동이 국가개입의 빌미를 제공했다.

전문가집단이 전문직업성을 유지를 위해 가져야 할 두 가지 역량을 꼽으라면 하나는 자율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자율정화이다. 이 두 가지 역량을 갖추고 있을 때 국가와 국민들은 전문가 집단을 신뢰하고 면허를 비롯한 전문의 인증 제도를 인정해주게 되는 것이다. 자율교육과 자율정화의 역할을 전문학회와 의사협회가 각각 주관하는 형태가 균형이 있어 보인다.

전문직업성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학회는 자율교육의 역할을 더 향상시키고 강화해 가야 한다. 전공의 교육(PGME)뿐만 아니라 전문의를 취득한 후의 평생교육(CPD), 수련의 수련환경 개선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 강력한 동료평가(Peer Riview)를 통해 전문가의 수준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의사협회는 이러한 자율정화의 기능을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윤리강령과 가이드라인 등을 시대에 맞게 개정하여 회원들에게 보급하고 교육해야한다.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전문직업성이 발전하고 국민들의 신뢰는 더욱 증진시킬 것이다. 또한 전문가 역량이 강화 될수록 국가의 개입은 적어지고 전문가주의는 발전하는 상승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 명 진

명이비인후과 원장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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