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를 보는 정부의 시각이 참 단순하다. 의료비총액을 줄이는 데만 관심이 있다.
의료계라고 해도 살펴보면 의학계가 있고, 의학교육계도 있다. 의사라고 모두 같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 일선에서 환자를 돌보는 개원의도 있지만, 병원경영을 하는 의사도 있다. 개원의도 의원경영을 하지만 병원경영은 기업경영에 가깝다. 대학에 근무 한다고 모두 같은 일을 하지도 않는다. 강의를 하는 교수, 연구를 하는 교수, 진료를 하는 교수가 있다.

그래서 의사들이라 해도 사안에 따라 관심이 다르다. 많은 의과대학에서 좋은 의사란 무엇이며, 좋은 의사를 길러내기 위해 학생교육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연과학 분야 중 가장 많은 논문을 발표하는 곳도 의학계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의사도 있고, 새로운 약을 개발하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의사도 있다. 좋은 의사를 키우기 위해 고민하고 연구를 위해 밤을 새우는 것도 환자를 위해서다. 새로운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신약개발에 매달리는 것도 환자를 위한다는 사명감과 자부심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의사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강조하거나 심지어는 돈 만 아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지만 결국 돈 때문이다. 전체 청구건수의 0.0001%도 안되는 청구오류를 부당청구나 허위청구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보도자료를 내는 것도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부당삭감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안다. 모두 돈 때문이다.

신약개발을 국가의 미래 산업이라고 하면서도 약값을 지속적으로 인하시켜 신약개발은커녕 회사를 경영난에 빠뜨리는 것도 돈 때문이고, 어렵게 개발한 국산 신약을 처방하면 기존 약보다 비싸다고 삭감을 해 결국 시장에서 발 부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돈 때문이다.

정부연구비를 받아 이공계, 중소기업과 협력해서 새로운 의료기기나 신기술을 개발해도 비급여로도 인정받지 못해서 개발한 기기나 기술이 시장에서 사장되는 것도 보험재정이 열악한 돈 때문이다. 그로 인해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청년실업자가 양산되며, 이공계가 멍들어 가는 것도 결국 돈 때문이다.

돈이 중요한 세상임에는 틀림없지만 정책실패를 의사에게 전가시켜 의사들의 자부심과 사명감을 아끼지도 못 할 뿐만이 아니라, 결국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걱정된다. 하긴 요즘은 정부가 국민을 걱정하는 세상이 아니라, 국민이 정부를 걱정하는 세상이라고 하니까.

김 형 규(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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