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헌상 최초의 로봇 수술은 아마도 1985년도에 신경외과 분야에서 행해진 ‘Puma 560’이라는 로봇을 이용한 수술이 효시라고 여겨지고 있다. 이후 비디오 도움 하에 로봇 수술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시도되었고, 1992년에 이르러 정형외과 분야에서 로보닥(Robodoc)을 이용한 수술을 기점으로 활성화가 이루어졌다.

1994년에는 Computer Motion사의 AESOP이 등장하여 로봇이 본격적으로 복강경 수술의 진보에 한 축을 담당하기 시작하였고, 이후 여러 시도를 거쳐 현재 국내에 많이 도입되고 있는 미국 인튜이티브 서지컬(Intuitive Surgical)사의 다빈치 로봇 시스템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왜 로봇 수술이 필요할까
진보된 복강경 수술의 한 분야로서의 로봇 수술은 복강경 수술의 일반적인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면서 동시에 몇 가지 측면에서 복강경 수술보다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산부인과의 경우 기존 개복 수술, 경질 수술, 복강경 수술 시에는 다소 불편했던 위치의 장기로의 접근이 가능해지고, 선명한 수술시야가 제공되어 초미세 수술이 가능하다. 즉, 복강경 수술의 경우 일정 수준의 수술 숙련도가 요구되고, 수술자의 피로도 증가 등 어려움이 있었고, 경질 수술 시에는 수술시야가 좁아서 불편했으며, 개복 수술은 큰 흉터를 남겼다.

하지만 로봇 수술은 많은 경우에 이러한 제약을 극복하게 도와 줄 수 있다. 장시간의 수술이 진행되더라도 수술자의 피로도가 상대적으로 적고, 수술시야가 개복수술이나 복강경 수술 보다 우수하며, 매우 세밀한 봉합도 가능하다. 즉 로봇 수술은 정확도, 예측 가능성 그리고 재현성으로 정리될 수 있는 수술의 질 향상을 도모하는 현대적 수술방법의 하나이다. 예를 들어 현재 정형외과학 분야의 경우, 환자의 임상 자료 수집, 해부학·생리학·생역학적 평가와 가상 수술을 통한 사전 최적화 단계를 거쳐 실제 임상 수술을 로봇으로 행하고, 나아가 그 자료를 축적하여 신개념의 수술로 진화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로봇 수술은 복부내 장기 뿐 만아니라 뇌신경·뼈·유방·갑상선·폐·심장·안구 등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것의 모든 수술에 이미 광범위하게 도입되어 수행되어 지고 있다. 미래 “수술 질 향상”을 위해 로봇 수술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미래의 로봇 수술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이지만 무선조종로봇(wireless telebot), 초미세로봇(microbot) 등이 이미 상당한 공학적 진보를 보이고 있으며,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 의료계에 도입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극단적 로봇 수술 예찬론자의 경우 미래에는 마치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긴다’는 말처럼 “훌륭한 외과의는 사후에도 좋은 수술 프로그램을 남길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시술 혹은 수술 중 인간의 한계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크고 작은 실수를 보정하고, 잘 된 예를 수치화하여 축적한다면 미래 수술장에서의 로봇에게는 단순한 기구 이상의 역할이 주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국가 기반산업으로서 로봇 수술의 가능성
아직까지는 몇 안 되는 기업에 의해 독점적으로 제공되고 있는 의료용 로봇의 가격은 경쟁에 의한 균형적 시장 원리에 따르기보다는 그 희소성에 의해 독점적으로 결정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와 같이 지식산업에 근간을 두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되는 국가에서는 이러한 분야를 주목해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형태의 의료용 로봇이 봇물 쏟아지듯 지구상에 등장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또한 비록 제한적이나마 정부 및 민간에 의해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일부 의료소비자와 논객들로부터 국내 로봇 수술 분야가 간혹 기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폄훼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빛과 그림자의 공존은 인정할 수 있으나 의료를 하나의 기간산업으로 바라볼 때 작금의 국내 로봇 수술 활성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국내 자체 의료용 로봇 생산력의 초석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한다.

혹자의 표현처럼 “가족·이웃과 소식을 나누고 일상에서 가능한 빠른 것을 좋아하는 우리 국민 정서가 모 대기업의 국제 핸드폰시장의 주류로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된 것 같다”는 표현처럼, “현재 국내의 로봇 수술 붐은 미래 우리나라 자체 개발 의료용 로봇의 밝은 미래를 약속하는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기대하고 있다.

윤 주 희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 산부인과 교수)
저작권자 © 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