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아프리카 모 국가에서 의사 여러 명이 우리병원에 연수를 왔다. 외국에 나가 어렵게 연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던 세대에게는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일이였다.

그런데 수련이 아닌 연수가 그렇듯 연수를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연수를 위한 인력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다. 연수라는 것이 그냥 과의 일상생활을 따라다니면서 보는 것 뿐이다. 대부분 우리나라 대학병원의 현실이 하는 일이 산더미 같아 주말에도 나와서 일을 하는 형편이니 연수 온 의사에게 친절히 가르쳐주기가 쉽지 않다.

최근 들어 해외에서 연수를 오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아프리카뿐이 아니라 미국, 일본, 유럽등 진료 분야에 따라 세계 각 국에서 오고 있다.

우리나라에 연수하러 오는 의사들은 크게 두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연수 오는 의사 자신이 여기 의사와 접촉해서 개별적으로 오는 경우이고, 또 하나는 그 나라 정부나 병원 혹은 국제기구가 후원해서 오는 경우이다.

그런데 유형에 따라 연수 오는 의사들에 차이가 있다. 정부나 병원이 보내주는 의사들은 대개 선임자다. 그 나라나 병원에서 지위가 높고 비교적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다. 그 대신 배우는 데는 그렇게 열심이지 않다. 우리나라를 오기 전에 다른 나라에 이미 연수를 갔던 경력이 있고 또 다른 나라에 연수를 가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대게 귀국 후 연락이 없다.

자기 돈으로 오는 의사들은 대체적으로 젊고 국적과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어렵다. 배우는데 열심이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주말도 밤낮도 가리지 않는다. 귀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연락을 하며 관심사항에 대해 계속 의논한다.

외국에서 의사가 연수 온다고 병원이 그 의사를 위해 방을 따로 배정하거나 해당 과에
주는 혜택은 별로 없다. 의국비 명목으로 약간의 지원금을 주기는 하지만 개인에게 가는 것이 아니여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 의사를 누가 맡느냐도 문제다. 대게 펠로우(fellow)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개인적으로 연수를 오는 의사의 경우는 멘토를 정하고 오기 때문에 오히려 멘토교수의 주머니 돈이 나간다. 과하고는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은 한번쯤은 해외연수를 해 본 경험이 있고, 지금도 젊은 교수들은 해외연수를 떠난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를 연수의사로 받는 나라도 그런 것을 의료수출, 의료산업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과연 우리가 해외에서 의사 연수를 받을 자격은 있는지를 반문하게 된다.

김형규 교수(고려의대 내과·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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