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는 국제행사가 서울에서 열렸다. APEC 규제조화센터(APEC Harmonization Center:AHC)가 주최한 바이오의약품 국제워크숍이었다. 미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태평양 권역의 인허가 등 규제당국자들과 국내외 제약업계 관계자 등 400여명이 3일간의 행사기간동안 보여준 참여 열기가 너무도 뜨거웠기에 지금도 가슴이 벅찰 정도다.

지난 4월 한국제약협회에 AHC 사무국을 유치한 이후 사무총장으로서 관련 국제행사를 주관하면서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번 워크숍에서도 그랬듯 AHC 무대에서 의약품 관련 국제정보의 신속한 공유와 네트워크 구축이 이어지다보면, 우리나라가 비록 지금은 옵서버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ICH(의약품국제조화회의)의 가입과 국제적 위상강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다 알다시피 기등재 목록 정비와 일괄 약가인하 등 연이은 약가 인하 정책들로 인해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신약 개발과 해외진출에서 돌파구를 찾자는 절박감이 팽배해있다. 혁신 신약의 개발은 말이야 쉽지 하루 이틀만에 뚝딱 결실을 거둘 수 있는 게 아니다. 평균 10년 이상의 긴 시간 동안 많게는 수천억원을 쏟아 부어야 그나마 실낱같은 가능성을 붙잡을 수 있다. 때문에 제약사들로선 현 단계에서 최선의 활로 모색은 수출을 비롯한 해외진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우리 의약품의 품질과 생산시설도 선진국 수준에 달한만큼 해외진출에 매우 우호적인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아직은 글로벌 신약을 갖고 있지는 못하지만 각국의 제네릭의약품 비중 강화 움직임 등에 따라 기존 국산 신약과 제네릭의약품의 수출에 탄력이 붙는 흐름이다. 한국제약협회 차원에서도 회원사들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제약외교에 나름대로 공을 들이고 있다. 중남미와 동유럽 등 세계 제약시장에서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이머징 마켓을 대상으로 한 시장 개척단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각종 국제회의 참석 때마다 ‘K-팜(Pharm)’의 홍보대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일 제약협회 공동세미나와 한·중 제약협회 공동세미나, 각종 세미나와 워크숍 개최 등을 통해 국가간 제약산업의 현황과 정부정책 등을 공유하는 시도를 한층 다양하게 하려 노력중이다. 특히 연례행사인 한·중 세미나 등을 앞으로 양국 제약기업들에 대한 설명회(IR) 개최 등 국내 제약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보완키로 했다.

앞서 언급했던 APEC를 무대로 한 제약외교는 내수의 틀을 벗어나 세계로 나가고자하는 국내 제약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든든한 디딤돌이라 할 수 있다. AHC는 올해 들어 국내에서 두 번의 국제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치른데 이어 11월에도 APEC 회원국들의 약물감시제도 관련 워크숍을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다. 오는 18일 중국에서 이사회가 열리는 아·태지역 대중약협회(APSMI)의 회장을 국내 기업(보령제약 김은선 회장)이 맡고 있다는 사실 역시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물론 K-팜의 해외 진출이 이처럼 국내 제약기업들의 몸부림이나 제약협회 차원의 지원만으로 성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정부의 체계적이고 구조적인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을 실감하고 있다. 아무리 진수성찬식의 지원 다짐을 내놓는다 해도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책이 빠져있다면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가 약가를 계속 끌어내리기만 하는 정책을 고집하는 한 국산의약품 수출 대상 국가에서 아무리 좋은 약가를 받으려고 발버둥 쳐봐야 먹혀들 수 없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해외 진출을 지원한다면서 되려 발목을 잡는다면 우리 제약기업들이 설 자리는 없다. ‘리펀드제’ 실시 등 제약산업의 해외 진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제도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주길 기대한다.

/ 김 연 판 한국제약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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