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미국산소고기협상, 제주도해군기지건설 결정 그리고 의료영리법인을 동시에 추진한 정권이 있다. 노무현정부다. 물론 정권임기내 마무리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그때 시작했으니 이정도 마무리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의료영리법인문제는 별 진전이 없다.

몇 년 전 삼성은 미래전략사업을 발표했다. 그룹의 미래를 걸고 하는 사업이니 만큼 신중히 결정 했을 거다. 태양전지와 자동차전지, LED, 바이오제약과 의료기기다. 향후 10년간 투자 할 5개 분야 중 2개가 의료관련 분야였다. 그러한 결정은 세계시장의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내린 결과 일 것이다.

한때 전기전자, 발전기계 분야의 세계적 거인이던 GE가 의료기기와 금융, 경영컨설팅회사로 변신하고 잘나가던 필립스가 가전, 전자분야에서 의료기기사업과 LED사업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철수한 것이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던 삼성이 제약사업과 의료기기사업의 투자 규모를 줄인다고 한다.

최근 들어 경제가 어렵고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지니까 서비스 시장을 육성한다는 소리가 들린다. 교육과 법률, 관광, 의료서비스를 말하지만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의료서비스 만 한 것이 없다. 투자대비 고용효과가 크고 제약과 의료기기산업 그리고 연계된 부가서비스가 많기 때문에 파급 효과 또한 큰 분야이다. 다 아는 얘기고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나오는 단골 레퍼토리다.

지난 정부 때 일이다. 응급약 슈퍼판매는 대선 공약이었고, 매년 복지부 업무보고 때마다 대통령 단골 지시사항이었는데도 실시하는데 4년 걸렸다. 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으나 당시 복지부장관이 대통령 지시에 동의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부는 의료계에서 반대하는 DRG를 강제 실시하고 영상진단수가 강제인하와 약가인하등과 같은 정책들을 아주 힘있게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과 환자를 위해서다. 그런데 응급약 슈퍼판매와 같은 것은 대통령 지시를 어기면서도 버티고, 오히려 문제가 있는 의료정책들은 국민을 위해 일단 해보고 나중에 보완하자고 한다. 그러니까 그 국민과 이 국민은 다른 모양이다.

정책은 일관성 있고 정부의 목소리가 통일돼야 국민도 신뢰하고 기업도 신뢰한다. 일자리창출과 경제회생이 중요하다면 그런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중요하지만 이래서 안 되고 저래서 안 된다고 하면 진정성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키는 역시 복지부가 쥐고 있다.

김 형 규(고려대 의과대학 내과 교수/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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