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1986년부터 시작된 25년간의 신약개발의 역사 속에서 물질특허출원, 전임상시험, 기술수출, 임상시험, 국산신약개발, 글로벌 신약개발까지 신약개발의 전주기 과정을 완주하고 있다. 대부분의 우리나라 신약 개발 제약기업은 순이익의 70%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신약개발을 제약기업 성장의 바로미터가 아니라고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미국과 일본의 제약기업들이 그러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신약개발을 통해서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기업이 탄생할 때가 되었다. 이제는 신약개발에 제약기업의 존망을 걸어야 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신약개발을 기반으로 한 해외시장 진출을 도모해야 하고, 그러자면 정부도 보다 분명하게 제약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보다 전향적인 정부의 정책변화가 필요하다.

제약산업육성법의 제정과 시행에 따른 실질적인 혜택이 제약산업에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신약개발’을 분명한 국가의 산업 육성 전략방향으로 정립한 다음에 법과 제도 개선, 연구비 지원 확대, 연구지원 시스템 개선 등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변화와 혁신을 이뤄 나가야한다.

신약개발은 성공 확률이 5000분의 1 내지 1만분의 1이고, 개발기간도 10~15년으로 길기 때문에 다들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신약개발은 연구와 실험을 통해서 성공 확률을 좁혀 나갈 수 있고 소요 비용을 줄여 나갈 수 있다는 관점에서 도박이 아니라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제약기업의 성장 동력이다.

신약 개발에 필요한 투자비는 일반적으로 3000억원에서 1조3000억원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투자비의 편차가 심한 것은 글로벌 신약 개발에 성공한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질환군을 넓혀서 다수의 환자에 적용하는 기회비용까지도 포함시켰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서 절반 가까운 비용으로도 신약개발이 가능해 지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을 목전에 두고 있는 우리나라 제약기업들은 ‘연구개발비’의 절대 규모가 매우 중요하다. 해결 방안으로서 정부 R&D 예산에 별도로 신약개발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 민간의 직접적인 투자를 줄이자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정부는 종자돈을 통해서 민간투자를 유도해 왔는데 이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2010년도 정부지원액 1499억원은 2010년도 한 해 동안 정부가 BT분야에 지원한 2조3000억원의 6.4%에 불과한 액수로서 BT기술이 접목되는 시장의 80%가량이 의약품임을 감안한다면 신약개발에 대한 현행 정부 지원액은 현실감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제약기업의 입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신약개발 자금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약제비 절감정책으로 인하여 짧은 기간 동안에 급격하게 약가가 인하됨으로써 신약개발에 대한 재투자 여력은 현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신약개발을 장려하고 제약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다른 어떤 인센티브 지원보다도 신약의 가치 반영을 통한 보험약가의 보너스 지원이 우선 되어야 한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신약개발에 대한 정부의 미래 전략적인 정책 투자방향을 매우 불투명하게 설정해 온 사안 하나하나를 되짚어 나가면서 반성해야 한다. 부처별 비연계성 사업의 추진으로 인한 의료수요가 고려되지 않은 신약개발 전략의 수립, 중복연구의 심화, 기초연구를 통한 파이프라인 구축 미약, 정부 지원 연구비의 산학연간 출혈경쟁, 전주기 연구개발 과정의 출구전략 부재, 범부처 신약개발 지원사업의 비효율성 등을 손꼽을 수 있다.

해결 방안은 민간에서 신약개발을 주도해야 한다. 후보물질과 선도물질 도출까지는 미래창조과학부가, 그다음 임상 전까지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임상은 보건복지부가 담당 하는 도식적인 정부 주도의 신약개발 지원 정책은 매우 비생산적이다. 정부가 그동안 신약개발의 아이디어를 학교나 연구소를 중심으로 많이 반영했다면 이제부터라도 기업의 수요가 전폭적으로 반영된 산·학·연 연구와 개발이 추진되어야 한다.

실행 방안으로서 빠른 시일 안에 국가 차원에서 과학기술분류코드와 산업기술 분류코드의 세분화를 통한 신약개발 지원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어서 집중지원이 필요한 와해성 기술을 도출하고 지원 할 수 있는 신약개발 프로그램을 다 함께 만들어야 한다.

여 재 천(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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