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가 최근 전 세계적인 불황으로 인해 다소 성장이 둔화 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수준을 점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한국 내에 있을 때는 우리의 높은 위상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누구나 외국에 나가보면 자부심을 느껴도 충분할 만큼 그러한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될 것이다.

지난 6월19일 노르웨이에서 열린 ‘제38차 국제병원연맹(IHA) 총회’를 다녀왔다. 이번 국제병원연맹 총회에 참여하면서 정말 부러웠던 것은 개막식에 이 나라 왕자를 비롯해 정부의 여러 고위직들이 나와 행사를 빛내 주더라는 것이다. 6년 전이라고는 하지만 주무 장관조차 참석하지 않은 우리나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이번 국제연맹 총회는 우리나라에게 있어서는 대단히 뜻깊은 행사였다. 대한병원협회 김광태 명예회장이 앞으로 2년 동안 이 기구를 이끌어갈 회장에 정식으로 취임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의료강국’으로서의 한국을 세계만방에 과시한 순간이었다. 뿐만 아니라 필자인 본인 역시 얼마 전 열린 ‘아시아병원연맹(AHF) 총회’에서 차차기회장으로 선임이 됐다.

김 명예회장의 IHF 회장 취임이나 필자의 AHF 회장 선임은 결코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우리의 환자진료 수준과 의료행정체계가 가히 국제적 수준을 유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의 의료는 세계 5위권으로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가하면 세계의료를 주도하고 있다는 미국조차 우리의 건강보험제도를 본받으려 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이렇듯 우리의 의료가 세계 수위권을 점하고 있다고 해서 자만할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높은 의료수준을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에 대한 정부나 국민들의 인식은 전근대적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로인해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부창출의 하나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의료관광 분야가 초보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 꺼풀 들추어보면 누더기 같은 모습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먼저 의료선진국인 미국조차 롤모델로 삼으려 하는 우리의 건강보험이 과연 어떤 상태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톱클래스의 의료가 가장 싼 가격으로 공급되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의료가 아닌가 말이다.

우리의 의료가 세계적 수준에 이른 것이 훌륭한 정책이나 제도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우리의 정책과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우선 우리 의료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함께 그에 맞는 정책과 제도로서 우리 의료가 보다 발전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우리나라를 의료강국으로 세워나가는 것이고, 그것이 또한 국민건강 수준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김 윤 수 대한병원협회장(의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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