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원으로부터 의사를 구한다는 메일이 왔다. 물론 나에게만 온 것은 아니고, 병원 모든 의사들에게 보낸 거다. 의사 투성이(?)인 대학병원에서 그것도 병원장이 의사들을 상대로 의사를 구한다는 구인메일을 보낸 것이다.

사정은 이렇다. 작년에 우리 병원은 외국 어느 나라와 의료 협력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 나라에 새로 짓는 병원에 우리 의료 인력을 파견하고, 그 나라 의료 인력을 우리 병원에 데려다 교육을 시키기로 했다. 새 병원이 지어진 이후에도 병원이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 경영의 일정부분을 우리가 책임지기로 했다. 소위 말하는 우리식 의료의 수출인 셈이다.

그쪽 병원에 파견되는 의료 인력에 대한 급여를 후하게 쳐주기로 했고, 약간의 로열티를 우리 병원이 받기로 한 모양이다. 그래서 수련인력을 받아 주는 과에는 약간의 지원도 해준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 이후 파견을 원하는 의료 인력에 대한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원자가 없었다. 과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여하튼 가겠다는 사람이 없었다. 그쪽에서는 숙련된 의사를 원했고, 전임의보다는 교수를 원했다. 그리고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원장을 담당할 보직 경력자도 원했다. 월급도 많이 주고 사택도 주고 휴가와 휴가경비도 주겠다는데 왜 가겠다는 교수가 없을까? 나도 궁금했다. 그래서 주위 교수들에게 “왜 안가냐”고 물었다가 “당신 같으면 가겠느냐”는 핀잔만 들었다.

조교수급의 젊은 교수는 연구가 문제였다. 지금하고 있는 연구를 파견기간동안 하지 못하면 연구비가 끊어질 것은 뻔한 일이고, 그렇다면 논문을 내지 못 할 테고, 그건 정년보장을 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부교수급도 비슷한 이유에다 애들 교육문제가 걸려 있었다. 가려면 혼자 가야 하는데 연구도 포기하고, 가족도 포기하고 가기가 쉽지 않다. 교수급도 이유는 다른 교수들과 비슷하지만 보던 환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책이 없었다. 다녀오면 그동안 보던 환자가 끊기고, 그러면 환자를 다시 모아야 하는데 요새처럼 진료수입에 민감한 시기에 파견 갔다 왔다고 병원이 봐 줄 것 같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더 있었다. 대부분의 경우 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친구도 없고, 말도 안통하고, 기후도 나쁜 곳에서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뭐하고 있으라는 말이냐’에 대한 답이 없었다. 더군다나 그런 나라들일수록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하지 않은가? 그 이후 나는 우리나라에 외국병원이 오지 않는 이유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의사평론가>

김 형 규
고대안암병원 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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