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면마취제 ‘프로포폴’남용과 관련하여 마약법 위반 혐의로 정상급 여자 연예인 4명이 불구속 기소되거나 약식기소되었다. 처음에 수사착수단계에서 보도가 나왔을 때만 해도 적극 부인하던 이들은 185회 투여 등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는 기소 단계에 이르러서도 피부미용을 위해 의사 처방에 의해 투약을 받았을 뿐이라는 답변 일색이다. 결국 출연하던 프로그램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하차하는 등 신분상 불리한 입장에 처한 이들이지만, 그들의 팬들도 받은 충격은 매한가지다. 특히 그 중 두 사람은 아이를 출산한 엄마였기 때문에 팬들의 놀람과 의혹은 더 컸다. 그녀들이 임산부로서 지낼 때에도 프로포폴을 투여받았는지는 물론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의 하나라도 그렇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팬들이 받을 충격은 아직 전초전인 셈이다.

최근에는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2년간 위내시경을 548번이나 한 40대 가장이 구속되는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의 주민번호까지 도용하면서 310군데의 병원에서 위내시경을 받았는데, 하루에 무려 7번이나 받은 적도 있다. 물론 이럴 경우 위내시경의 전제 조건인 금식은 하지도 않고 검사에 임하게 된다. 병원끼리 주사제 처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수년전에 미다졸람에 중독되어 지방병원까지 전전하면서 250번이나 내시경을 받았던 사람의 기록을 2배나 뛰어넘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물론 이와 유사한 사례는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무리 중독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주사제를 쉽게 구하기도 힘들고 빠른 시간내에 정맥주사를 놓는 것은 더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필로폰 같은 마약과 달리 수면마취제는 주사 후 3초 정도면 가수면 상태에 빠지기 때문에 웬만큼 실력있는 의료인이 아니면 혼자서 투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료인에 의한 자가투약사고 중에서도 투약 후 벌어진 낙상사고에 의한 사망사례도 있다. 때문에 괴롭지만 내시경 시술을 반복적으로 받는 비이성적인 일이 벌어진다.

그러면, 내시경을 실시하는 병원과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대상으로 빠르게 번져가는 수면마취제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좋을까 하는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국내에서는 2년전에 세계 최초로 프로포폴을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지정하여 마약법으로 관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진의 반복처방에 의한 중독이나 불법유통에 의해 제도권 밖으로 빠져나간 약물에 대해서는 통제력이 약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기존 마약도 처벌이 약해서 중독자가 양산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더욱이 수면마취제의 사용은 국내 뿐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 ‘간편한 마취제’의 사용은 연간 4%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수면마취제의 사용은 병원경영에 기여하는 바가 많다. 내시경 검사만 하더라도 시술중에 조직검사를 시행하게 되면 해부병리과 전문의, 임상병리사 등 여러 사람에게 수가가 분배되지만, 아직 의료보험 비급여 항목인 수면마취제는 비급여액의 상당부분이 마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면마취제의 사용 자체를 무조건 제한하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될 수 없다. 건전한 수요자에게 필요이상의 제한을 가하는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책이 주효한 것인가? 첫 번째는 소비자 계도가 될 것이다. 아무런 대비없이 수면마취제를 접했다가 의도하지 않은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어린 나이부터 충분한 교육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편리하지만 안전성이 낮고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계심이 제대로 심어진다면 무분별한 호기심과 낙관으로 불행에 이르는 일이 적어질 것이다. 두 번째로는 상급종합병원부터 병원을 거쳐 의원에 이르기까지 프로포폴 투약에 관한 정보가 공유되고, 오남용의 우려가 발견된 환자는 해당병원에서 즉시 관계기관에 보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본다.

경찰력에 의한 일제단속과 강화된 행정처분만으로는 사람을 강력히 내재적으로 통제하는 중독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미국에서도 2, 30대 임산부의 7~16%가 마약성 진통제 중독에 빠진 채로 아이를 갖고 출산한다. 이 위험한 게임은 당사자 스스로의 윤리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이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전한 사회적 시스템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 최혁재

대한약물위해관리학회 홍보이사

경희의료원 약제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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